청주시의 기강해이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29일 열린 월간업무보고회의에서 "어젯밤 박광옥(청주청원통합추진실무지원단 파견) 국장이 교통사고가 났다는데 휴가 중이면 휴가라고 하고, 직원들 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얘기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한 시장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사무총장은 어디 갔어"라며 사전통보 없이 회의에 불참한 일부간부들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외견상 보고체계 문제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이같은 일은 공직사회 관행으로 볼 때 전례가 드믄 사례다.

한 시장은 "공직사회가 시민들을 위해 일을 하지만 내부적으로 시청직원들은 한 가족이니까 좋은 일에는 즐거워하고 나쁜 일에는 나눠서 덜어주고 힘이 돼야 한다"며 "그런 것들을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 시장의 발언은 그동안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소통과 열린 행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민선5기 들어 수없이 문제가 돼온 공직기강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한 시장은 취임 초 일부 직원의 범죄행위와 사고 늑장대처로 일반시민이 사망하는 사건 등이 발생하자 공직기강 확립과 함께 강력한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그러나 임기 절반을 넘긴 올해 들어 업무미숙, 허위보고, 음주사고, 뇌물수수, 성희롱 등 잇단 비위사건으로 사상초유의 직원 줄징계사태를 불러오며 한 시장을 또다시 낙담케 했다.

이처럼 한 시장의 영(令)이 제대로 서지 않는 것을 두고 청내 안팎에서는 느슨한 대처가 공직기강 해이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청주시는 최근 직원들의 잇단 비위사건이 터지자 징계양정 강화와 연대책임을 묻기로 하는 등 비위척결 대책을 내놓았으나 임기초 내놓은 공직기강 확립대책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강화된 징계양정을 내놓고도 적용시점은 징계결정을 앞둔 직원들은 배제한 채 '다음부터'라고 못박아 비리척결 의지를 의심케 했다.

비위사실에 대한 일관되지 못한 대처도 직원들의 불만과 외면을 불러왔다. 지난해 한 간부공무원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시는 해당 직원을 곧바로 직위해제시키고 징계절차를 밟는 등 비위사실에 대한 강한 처벌의지를 보였다. 반면 최근 또다른 간부공무원의 성희롱 문제에 대해선 충북도의 징계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당사자에 대한 신분상 조치도 진행하지 않은데다 도의 해임결정이 난 이후에도 최종 처분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습을 보여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공직자는 "공직기강 확립책을 내놓을 때마다 경각심을 부르는 수준에 머무르다 보니 말뿐인 대책에 근본적인 공직기강 해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느냐"고 푸념했다.

한 퇴직공무원은 "이미 임기 절반이상을 보낸 시점에서 시가 확고한 실천의지를 가지고 행동에 옮기지 않는 한 직원들 스스로 변화를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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