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을 공식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

참석자들의 이목을 끈 인물은 양 당의 대표가 아닌, 염홍철 대전시장이었다. 선진당의 유일한 광역단체장으로서 대선을 앞두고 거취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던 염 시장이 합당 기자회견에 나타난 것은 그야말로 ‘깜짝 등장’이었다.

염 시장은 전날인 24일까지도 “결과를 보고 입장을 밝히겠다. (합류 또는 독자행보 등) 반반의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입장 표명을 유보해 왔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합당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합당의 주역’이 된 셈이다.

염 시장의 한 측근은 “양당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해 왔다”라며 “(염 시장은) 어차피 합류할 것이라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염 시장과 함께 대전지역 선진당의 한 축이었던 권선택 대전시당 위원장은 같은 시각 자신의 개인 사무실에서 거취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권 위원장은 특히 이번 양당의 합당 과정에서 막후 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선 권 의원이 새누리당에 합류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권 위원장은 본사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정가의 소문에 속단하지 말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권 위원장은 “(새누리당 합류에 대해) 이제부터 고민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강하게 입당 제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며, 실제로 접촉은 했다”면서도 “그러나 (합류를) 확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며칠 (거취에 대해) 고민을 하지만, 길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권 위원장에 대해선 여전히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대전지역 선진당 핵심 2명의 상황이 미묘하게 전개된 것에 대해 정가에선 이 둘의 질긴 악연과 각자가 처한 현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염 시장과 권 위원장은 차기 지방선거에서 맞붙을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 관계를 유지해 왔다. 여기에 대선을 앞둔 정당의 입장에서 현직 광역단체장인 염 시장과 전직 국회의원인 권 위원장의 ‘예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냉정한 정치 현실’이 만들어 낸 그림이라는 것이다.

결국 권 위원장은 처음부터 다시 거취에 대해 고심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권 위원장이 새누리당에 합류할지, 새로운 길을 택할지에 따라 염 시장과의 경쟁 구도뿐만 아니라 지역 정가의 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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