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 정부청사를 설계하면서 전쟁대비시설을 규정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로 설치해 유사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공주)이 24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정부청사의 전쟁대비시설(충무시설)은 2만 5513㎡였다. 이는 규정에 의한 적정규모 5만 920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크기로, 이마저도 대부분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대비시설은 전쟁과 대형 재난사고 발생 시 행정기능 유지와 비상업무 수행을 위해 활용되는 1급 방호시설이다. 세종시의 신축 정부청사는 행안부의 '충무집행계획'과 '비상근무규칙'에 따라 '소속직원의 ⅔, 1인당 면적 7㎡ 규모'의 전쟁대비시설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설계과정에서 규정을 어기고 '소속직원의 ⅓, 1인당 면적 3.3㎡ 규모'를 적용해 전쟁대비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지난 5월에 마지막 정부청사 건축구역인 3단계 구역 설계가 마무리돼 추가적인 전쟁대비시설 마련은 사실상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정부청사에는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16개 중앙행정기관과 조세심판원, 복권위원회 등 20개 소속기관이 입주하게 된다.

하지만 전쟁대비시설의 미비로 재난과 전쟁 등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량 인명피해, 지휘체계 와해로 인한 행정기능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또 박 의원은 "법적 기준에 한참 모자란 전쟁대비시설은 이명박 정부에서 세종시로 이전하는 중앙부처의 수를 축소, 또는 백지화하려는 과정에서 함께 축소,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됐음에도 줄어든 규모를 그대로 적용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행안부가 부족한 충무시설 확충을 위해 1183억 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예산문제가 해결 돼도 근무 부처와 동떨어진 별도의 공간에 시설을 확보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세종=황근하 기자 guestt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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