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김모(28·청주 흥덕구 분평동) 씨는 당장 집이 문제다.매달 감당해야 할 월세가 부담돼 전세를 찾고 있지만, 도내 집값이 불과 3년 사이 30% 이상 급등하면서 전세값도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국민주택기금에서 저소득 근로자 및 서민 전세자금마련 대출을 해준다는 소식을 듣게 된 김 씨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에서 4%의 금리로 대출해준다는 말에국민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까다로운 대출 자격조건에 김씨는 전세자금 대출을 포기해야 했다.

#사례2.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모(27·청원군 오창읍)씨도 어머니와 외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의 빌라에서 살고 있다. 월급에 비해 월세가 너무 비싸다고 판단한 박 씨는 전셋집을 알아보던 중 서민 전세자금대출과 영세민전세자금대출 자격이 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박 씨는 한껏 기대감을 안고 은행을 찾았지만, 근로소득이 연평균 1000만 원 안팎으로,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은행 직원의 설명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국민주택기금에서 운용하는 서민 전세자금대출이나 근로자 전세자금대출이 영세민대출용 자금을 이용하는 일부 극빈층을 제외한 일반 근로자나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서민 전세자금대출과 근로자 전세자금대출이 정하고 있는 자격조건을 쉽게 풀어보면 60세 이상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근로자거나 예비 신혼부부로 그 자격이 한정된다. 또 만 20세 미만의 형제·자매로 구성된 세대의 세대주이어야 하고, 35세 이상 무주택자라야 자격이 주어진다.

명문화된 자격만 이렇고 실제로 대출받기 위해서는 더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일단 전세계약서가 있어야 하는데 전세금이 없어 계약을 못하고 있는 서민에게 계약서와 임대인의 보증서까지 요구하니 조건을 맞추기도 쉽지가 않다.

이런 가운데 각 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상품들로 눈을 돌려 보지만, 이마저도 신용등급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다른 차입금이 있는 경우엔 대출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 서민들은 기댈 곳이 없다.

이처럼 까다로운 대출 자격과 함께 최근 시중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각종 서민가계 대출 심사가 더욱 엄격해지면서 주택금융신용보증을 통한 전세자금 대출 공급액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제 한국주택금융공사 충북지사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무주택 서민에게 지원한 전세자금대출 보증 공급액은 185억 1300만 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61억 9100만 원)보다 무려 4배 이상 급감한 것으로, 전월(201억 1300만 원)에 비해서도 8.0%가량 줄었다. 단순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도 있지만, 최근 가을 이사철이라는 시기적 상황과 도내 집 값 상승률이 몇 년 사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전보다 전세자금대출 공급액이 줄었다는 것은 반대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은행들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지원 대출이라고는 하지만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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