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장군산에 만발한 구절초. 푸른 하늘과 하얀 꽃밭 사이에서 가을을 느껴보자. 장군산 영평사 구절초 꽃 축제는 오는 2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여름이 지나가고 다른 나무와 풀들이 울긋불긋 물들며 겨울을 준비할 때 활짝 피우는 들꽃이 있다. 우리가 흔히 들국화로 부르기도 하는 구절초(九節草)다. 지금은 세종시로 편입된 장군산 영평사에서 한창인 구절초 축제가 한창이다.

이번 축제는 오는 21일까지 계속된다.

 

   
▲ 영평사 대웅전 앞 연꽃화분에 누군가 구절초를 띄워놨다.

커다란 함박눈꽃, 구절초

세종시 출범과 함께 새로 확장된 도로를 시원하게 달려 축제장을 찾았다. 영평사 진입도로부터 길가의 구절초 군락이 눈에 띄게 늘더니 저멀리 하얀 꽃에 뒤덮인 동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꽃 무더기 속에 파뭍혀 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구절초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서로 모델이 되어주고, 또 사진작가가 되어준다.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 올해는 핀 꽃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하지만, 매년 찾은 사람이나 처음 와 본 사람 모두 즐겁기는 마찬가지. 맑은 하늘과 예쁘게 피어난 땅 사이에 놓여있는 기분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군락 한 가운데로 들어가니 꽃에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이 향기가 가득 느껴진다.

구절초들은 여기저기서 연신 터져나오는 ‘예쁘다’, ‘예쁘다’ 소리를 들으며 향기를 내다보다.

 

   
▲ 영평사 장독대를 식탁삼아 점심 공양 중인 사람들.

시간이 멈추는 구절초 동산

구절초 동산에는 굽이굽이 올라갈 수 있는 산책로가 있지만, 활작 핀 구절초에 사로잡혀 걷다보면 어느새 길을 벋어나 꽃밭 한가운데 놓여있다. 행여 줄기를 밟을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본다. 마치 커다란 눈송이가 내려 앉은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중턱을 오르면서 제법 가파른 경사지를 걷는데,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푸석푸석 미끄러지기 쉽다.

한참을 올라 내려보니 발 밑엔 구절초가, 그 밑엔 눈밭이, 저 멀리엔 녹음이 조화를 이룬다. 다 둘러본 것 같은 구절초 군락이 오솔길 굽이를 돌 때 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또 나타나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영평사 대웅전과 입불상.

약으로도 쓰이는 구절초

구절초는 약제로도 쓰이는데, 특히 부인병에 특효라고 한다. 본보 따블뉴스 소속 야생화 전문 블로거 ‘테리우스원’의 글을 보면 예로부터 딸을 출가시킨 어머니가 9월이면 갓 피어난 구절초를 따서는 그늘에 말렸다가 출산을 하고 나면 달여먹였다고 한다. 구절초란 이름도 음력 9월 9일(중양절)에 채취한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 하여, 아홉이라는 뜻의 ‘구’와 중양절의 ‘절’(혹은 꺾는다는 의미)이 합쳐져 생겨났다고.

우리나라에는 고산지대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바위구절초, 초원이나 들판에서 자라는 넓은잎구절초와 낙동구절초, 한라산에서 자라는 한라구절초, 백두산에서 노란색으로 피는 백두산구절초, 이 밖에 산구절초, 서흥구절초 등이 있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 구절초 품에 안기듯 꽃밭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관광객들.

장독대를 식탁삼은 공양

구절초 향기에 취했던 정신을 가다듬고 영평사로 내려오니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영평사는 점심 공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마침 허기졌던 터라 대열에 합류해 국수 한 그릇을 받았다.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곳은 다름아닌 영평사 장독대.

수 백 장독을 식탁삼아 구절초 동산을 바라보며 먹는 국수는 또다른 경험이다. 채썰은 호박이 담긴 간단한 국수지만, 눈으로 구설초를 반찬삼으니 입맛과 눈맛 모두 만족스럽다. 한 그릇을 다 비우는 동안에도 공양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아 그 인기를 실감한다. 식사를 마치고 영풍사 처마 밑에 앉아 쉬며 구름지나는 것을 보니 시간이 그대로 멈출 것 같다. 아직 축제 기간이 일주일이나 남아 있다는 것을 위안 삼으며 대전으로 향했다.

글·사진=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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