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국어)파괴 현상이 도를 넘고 있다. 청소년들의 대화는 알아듣기 어려운 외계어(?) 일색이고 인터넷이나 핸드폰 문자메시지에는 비속어, 은어들이 넘쳐난다. 이러다간 국어교육 자체가 무의미 해 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 주변의 언어파괴 문제를 진단해봤다. / 편집자

문상, 생선, 생파, 노방. 어른들이 들으면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이 단어들은 바로 문화상품권(문상), 생일선물(생선), 생일파티(생파), 노래방(노방)을 줄인 말이다. 이렇듯 청소년들은 은어, 비속어, 줄임말 등을 뒤섞어 사용해 해독(?)하기가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청소년 은어 모음' 이라는 스마트폰 앱까지 등장했다. 엄마와 영어의 critical(위기)가 합쳐진 '엄마크리'는 컴퓨터를 사용하다 엄마로 인해 컴퓨터 이용을 할 수 없게 되는 답답함을 의미하는 은어다. 이 밖에도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등 기성세대들이 이해 할 수 없는 외계어가 넘쳐난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이런 말들을 사용하는데 익숙하다는데 있다. 표준어에다 바른 말을 사용하면 '왕따'로 치부되는 실정이다.

청주 흥덕구의 중학생 이 모(14)군은 "어른들은 모르는 단어를 사용하면 우리끼리 더 친숙해지고 이런 단어들을 안쓰면 왕따가 된다"며 "한 친구가 이상한 말을 시작하면 재밌어서 다른 친구들도 따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 모(40·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씨는 "아들이 친구들과 전화 통화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대화가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들이었다"며 "청소년들의 언어파괴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깨닳았다"고 말했다.

대화도 문제지만 인터넷이나 문자메시지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핸드폰 문자나 스마트폰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카카오톡(카톡)등을 할 때 빨리 말하고 싶고 귀찮아서 대부분이 줄임말을 사용한다. 청소년들은 'ㅎㅇ(하이), ㅃㅇ(빠이)' 처럼 자음만으로 표기하고 '깜놀(깜짝 놀랐다), 귀척(귀여운척)'처럼 줄임말을 사용한다.

"시험 지대 어려웠어. 레알 깜놀 할 지 몰라. 가채점해보니 안습." 중학생 최 모(15) 양이 친구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나눈 대화의 일부다. 이 대화를 풀어보면 "시험 진짜 어려웠어. 성적표 나오면 정말 깜짝 놀랄 지도 몰라. 가채점해보니 정말 안구에 습기차(눈물나겠어)"라는 뜻이다. "친구야, 지못미 솔까말 넌 넘사벽이야.(친구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솔직히 말해서 넌 넘을 수 없는 4차원이야.)"

이 양은 "빨리 의사전달을 할 수 있어 친구들 대부분이 쓴다. 나만 안쓰면 어색해진다"며 "사실 일상생활에서도 축약어나 은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SNS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청소년만 사용하던 축약어가 장년층의 통신언어와 문자사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은어나 비속어, 줄임말을 쓰지 말라고 강요하기보다 표준어·품격있는 언어를 썼을 때 좋은 점 등을 설명해 스스로 언어습관을 바꿔가게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홍순철 기자 david0127@cctoday.co.kr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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