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라는 거대한 담론 속에서 정부의 일방통행에 가속이 붙으면서 충청권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의 합의점 도출이 시급하다. 논의의 시간도 없이 수도권 규제의 빗장을 단숨에 풀려는 정부의 시도가 일사분란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충청권 지자체와 정치권, 시민사회는 각자의 셈법에 따라 각기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21면

정부는 경제위기를 명분으로 종부세 감세 등 감세정책을 도입한 데 이어 한꺼번에 수도권 부동산 규제까지 손을 대고 있지만 정신없는 규제 완화 강공 드라이브 속에서 충청권은 이해득실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커녕 속수무책으로 정부의 쾌속질주에 끌려가기만 하고 있다.

균형발전정책의 핵심 요체인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까지 성사시키려는 수도권의 주도면밀한 대응과는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충청권의 슬픈 자화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됐다.

행정도시는 점점 기약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충청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도 1년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경쟁력강화 방안은 수도권 규제완화로만 점철되고 있지만 충청권의 대응은 나약한 정치력의 한계만 노출하고 있다.

충청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문제는 점점 정치적 판단과 이슈로 궤도를 이탈하고 있고 대전 교육계가 사활을 걸었던 대전과학영재학교 유치마저 수도권과 영남권에 밀려 또 다시 무산됐다. 당연히 충청권의 몫으로 돌아와야 할 굵직한 현안들이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빅딜의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농후해지고 있어 대응책마련이 절실하다.

일단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구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지역의 대응 방향을 총체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절박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정치권과 지자체, 각계각층의 시민사회가 총망라된 협의 구조 속에서 충청권의 비전을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 충청권의 입장을 대변할 인물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 충청권은 ‘홀대론’이라는 볼멘소리만 표출하며 정치적 대응만 일삼았을 뿐 지역 내에서 스스로 인물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모색하는 데는 인색했다.

당리당략과 정파, 소지역주의에 매몰된 충청권의 2008년 자화상을 내년엔 민·관·정이 합심,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지역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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