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제조업체가 암울한 노사협의의 계절을 맞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촉발된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제품 수요가 급감하자 생산라인을 줄어거나 휴업에 들어가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고, 일부 업체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이란 ‘비운의 카드’를 선택, 노사 간 이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

대전산업단지에서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A사의 경우 지난 2주간의 노사협의를 거쳐 최근 30% 감원을 결정했다. 건설경기 침체의 여파로 올 4분기 들어 수주량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이 회사는 7개의 압출기 중 2개만 가동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자 전체 직원 350명 중 관리직·생산직 구분 없이 100여 명을 정리하기로 한 것.

화장품·세면용품을 생산하는 B사도 대전공장 100여 명의 인력 중 최대 40%를 감원하는 내용의 노사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내수 부진, 수출 둔화 등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경우 IMF 외환위기 때와 같은 ‘실직자 양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며,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은 퇴직자들로 인해 자영업 대란이 재현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달 들어 2주간 대전지방노동청에 접수된 충청권 기업체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건수는 총 168건으로 11월 한 달 접수분(85건)을 2배 가까이 상회했고, 10월(41건)에 비해서는 4배 이상 늘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매출액·생산량 감소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해지자 일단 근로자를 감원하지 않고 휴업·휴직, 인력 재배치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수당·훈련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으려는 업체가 늘었음을 의미하고, 한편으론 구조조정 전 단계에 있는 위기의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음을 뜻한다.

올 하반기 급격한 생산활동 감소가 고용사정을 악화시키며 제조업들뿐 아니라 금융업, 유통업, 건설업 등의 업종에도 ‘실업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대전산업단지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그런대로 자구책을 갖고 대처하고 있는 업체들도 당장 내년도 전망이 불투명해 앞날이 막막하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감원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 정부의 일시적인 일자리 유지정책은 한계가 있으므로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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