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결코 유쾌하지 않은 휴가가 지역 제조업체 근로자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늪이 깊어지며 대전지역 일부 제조업체들이 열흘 이상 ‘장기 휴업’에 돌입하고 있기 때문으로 내수 부진에 따른 극심한 불황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9일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단지 내 제지업체인 H사가 최근 생산라인을 줄여 부분 휴업에 들어간 데 이어 자동차 부품업체 H사가 오는 22일부터 내달 4일까지 보름 가까이 전면 휴업을 결정하는 등 상당수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감축하며 ‘내핍경영’을 하고 있다.

또 10여 개 업체가 보다 값싼 부지를 찾아 공장을 이전하거나 폐업을 고려하며 기존 공장 임대·매각에 나서는 등 지역 중소제조업체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촉발된 경기 하강국면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이 같은 휴업 결정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내수 부진, 수출 둔화 등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대규모 감원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대전지방노동청에 접수된 충청권 기업체의 ‘고용유지조치 계획신고서’는 총 85건으로 10월(41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매출액·생산량 감소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해지자 일단 근로자를 감원하지 않고 휴업·휴직, 인력 재배치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수당·훈련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으려는 업체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신고서를 제출한 업종은 대부분 제조업으로, 올 하반기 급격한 생산활동 감소가 고용사정을 급랭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제조업체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 역시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욱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대전상공회의소가 9일 발표한 '2009년 1/4분기 기업경기 전망'에 따르면 관내 250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0으로 전분기 76에 비해 무려 16포인트나 떨어졌다. BSI 60은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 63보다 낮은 수치다.

업종별로는 전 업종에서 전분기에 비해 수치가 하락한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은 의복·모피(83), 섬유(75)와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기·기계(71), 화학(67), 음식료품(60) 등이 60~70대를 기록했고, 자동차(50), 비금속광물(44), 1차 금속(38) 등은 50 이하의 저조한 지수를 나타냈다.

대전상의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경제위축으로 전이되면서 내수와 수출의 동반침체를 비롯한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까지 악화되고 있다”며 “기업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선제적 대응방안과 실물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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