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캠퍼스 밤길 무섭다
"학과 공부에 각종 자격증, 영어시험 준비까지 하다보면 집에 가는 시간이 늦을 수밖에 없죠. 그런데 학교 도서관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이 너무 어둡고, 인적조차 없어 매번 불안해요."
최근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지역 대학가에서도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학당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내 치안 강화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고, 경찰도 캠퍼스 순찰을 꺼리고 있어 자칫 캠퍼스가 성범죄의 사각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대학 내에서 성추행을 당했거나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A대학의 한 학생은 "최근 '한 여학생이 귀가하던 중에 안 좋은 일을 당해 며칠째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이 소문이 돌면서 여학생들이 현재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B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밤늦게 학교를 나올 때면 수상한 인기척이 계속 느껴지면서 소름이 돋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교내에서 순찰을 도는 분들이 계시지만 아무래도 학생보다는 시설물 보안에 치중하는 것 같다"며 학교 측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현재 충남대와 한남대, 목원대, 배재대 등 지역 대학들은 CCTV와 외부 경비용역업체, 자율방범대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캠퍼스 대부분이 규모가 방대하고, 차량 순찰이 어려운 지역이 적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경찰이 캠퍼스 내 성범죄 예방활동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고, 각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사건 등 중대범죄에 대해 별도의 데이터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학내사찰 등을 이유로 학생들이 순찰활동을 막고 있어 대학은 순찰지역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기적인 대학 내 순찰 필요성은 공감하고 일부 순찰을 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며 "모든 대학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대학의 학생회는 학내 순찰 시 공문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학 내의 성범죄만을 데이터화해 관리하는 문제도 그 자체로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대학 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개별적으로 대학만을 특정해 관리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 경찰은 경찰서별로 성범죄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고 대학만을 따로 분류해서는 관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성 관련 강력범죄 속에 더 이상 대학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학 내 성범죄에 대해 경찰의 순찰활동 강화와 데이터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캠퍼스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 순찰, 캠퍼스 폴리스 제도, 전문 상담소 활성화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