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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05 "내 평가에 네 운명"… 도제교육 예술대학에 묶인 '미투'

미투 운동 사회 전분야 확산, ‘도제식 교육’ 문화예술계열 대학 수직적 질서
밉보이면 앞길 막혀 … 
2차 피해 두려워 침묵뿐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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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대전의 한 대학 문화예술계열 학과를 졸업한 A 씨는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불현듯 재학 당시 성추행으로 유명했던 한 교수가 떠올랐다. 그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로 여학생들을 불러 뽀뽀를 시키거나 손을 잡는 등 스킨십을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한참 선배 때부터 지금의 후배들까지 해당 교수의 만행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A 씨.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턱에 교수에게 밉보이면 앞길이 막히게 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졸업한 지금까지도 그 괴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회한했다. 

검찰조직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의 불씨가 문화예술계에서 유독 타오르며 이제 예술대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권력구조에 사로잡혀 폭로 시 감당해야 할 2차 피해를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연극·음악·미술 등 해당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유명인들이다.

이들이 단순한 ‘갑’에서 ‘괴물’이 되기까지 그간의 문화예술계 분위기는 그야말로 ‘왕들의 천국’이었다. 그 출발은 예술인을 양성하는 상아탑에서부터 시작한다. 대부분 예술학과에선 교수와 제자 간 1대 1 레슨을 비롯한 이른바 도제식 교육이 이뤄진다. ‘도제’란 특수한 직업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숙달하기 위해 지식과 기능을 가진 사람 아래서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대부분의 순수예술 학과는 교수와 제자가 함께 갖는 시간이 상당할 수밖에 없고 강의 특성상 신체적 접촉도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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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예능계열 학과를 졸업한 최모(여·27) 씨는 “예술분야의 경우 교수와 제자 간 사이가 그 어느 분야보다 밀접하다”며 “그런 분위기 속 일부 교수들의 경우 신체적 접촉이나 성적 발언 등을 예술로 합리화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은 많고 주어지는 기회가 적어 졸업 후 일명 ‘밥그릇 싸움’이 그 어떤 업계보다 치열하다. ‘어떤 교수의 제자’, ‘누구의 사단’이란 꼬리표는 결국 생업을 유지하는 생명줄로 이어진다. 이런 뿌리 깊은 관행과 구조가 각종 성폭력을 비롯해 ‘왕’들의 무한 갑질에도 순응하고 침묵할 수 밖에 없는 문화예술계의 현실이라고 학생들은 말한다.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