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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6 과거를 잊으면 미래가 없다 … 역사의 현장 보존을

‘위기의 근현대사 건축물(공공건물 중심) 활용방안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시작된 취재는 대전지역과 일본의 근현대사 건축물의 비교분석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전의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과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 충남도청사, 구 국립농산물 풀질관리원 충청지원을 돌아본 뒤 일본의 구 홋카이도 본청사, 구 요코하마 은행 본점 별관 건물, 오모데산도힐즈의 현장 취재를 통해 근현대사 건축물의 현 실태를 점검했다.

이를 통해 70~80년 이상 지난 건물들이 오늘날 어떤 의미와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되짚어 봤다.

<편집자 주>


   
▲ 충남도청사(사진 왼쪽)와 일본 구 훗카이도 본청사 전경
◆ 현대 역사의 핑계


대전지역 내 근현대사 건축물에 대한 취재는 역사의식 부재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대전 중동의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은 르네상스풍의 유려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요란한 간판으로 원형은 심각하게 훼손돼 있었다.

인동에 위치한 ‘구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 역시 상업시설로 전용되면서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형돼 있는 등 심각한 관리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복구나 복원이 불가능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근현대사 건물이 천대를 받는 이유에 대해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근현대사 건축물의 애매한 시간대와 역사적 배경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문화재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기조강연에서 “일천한 시간대 때문에 역사적인 이끼가 제대로 끼지 않았다거나 욕된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는 것을 핑계로 보존의 필요성에 민감하지 못한 경우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근현대사 건축물은) 근대화와 일제강점의 치욕, 그리고 광복 후 새 조국건설과 관련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현장에서 남겨진 영욕의 역사와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근대문화재의 경우, 문화재등록제도 등 관련법을 활용하면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면서 문화유산을 효율적으로 보존하는 해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해관계를 따지는 데에만 지나치게 민감한 나머지 본의 아니게 근대문화유산을 방치·파괴하는 안타까움마저 갖게 했다”고 강조했다.

일부 근대건물의 경우 일제 강점기의 양식을 담고 있다거나 일본인들이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건축물이 지닌 문화재적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채 무참히 허물어지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 충남도청사, 위기 또는 기회

대전은 최근 근현대사 건물의 활용을 놓고 또 한 번의 기로에 놓여 있다.

   

충남도가 오는 2012년까지 홍성에 신청사를 짓고 이전키로 하면서 남게 될 현재의 충남도청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대전시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1932년 준공된 충남도청사는 건물 자체에 대한 건축학적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사실상 대전의 태동과 함께해 왔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 역시 무겁다.

대전시는 대전지역에 국립박물관이 없다는 점에 착안, 충남도청사를 근현대사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무관심과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충남도청사의 근현대사박물관 건립은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자칫 충남도청사가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이나 구 산업은행 대전지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충남도청사를 앞서 본 일본의 근현대사 건물의 활용 사례처럼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구 홋카이도 본청사나 요코하마의 가나가와 현립 문화역사박물관과 같이 정부와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큰 시사점을 던져 준다.

또 구 요코하마 은행 건물, 오모데산도힐즈처럼 옛 건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은 사례도 주의깊게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창조적인 도시를 위해

좋은 캠퍼스에 그림을 그린다고 명작이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현대 건물을 많이 짓는다고 훌륭한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시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문화·예술이 도시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같은 말을 실현하고 있는 도시로 요코하마와 홋카이도의 근현대사 건물 활용 사례에서도 충분히 살펴보았다.
   


그동안 경제성에 밀려 팽창일변도, 개발일변도로 달려온 대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창조적인 도시로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문화와 역사를 덧붙여야 한다.

외면받고 있는 근현대사 건물을 도시의 흐름 속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쓰임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창의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시민과, 정부, 기업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이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끝>

글 =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사진 = 신현종 shj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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