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전가·사실은폐… 민심 공황상태 가속시킬뿐”

 

비선실세 스캔들로 정국이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이 지난 4일 본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불행하게도 지금 대통령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며 앞으로 남겨진 과제로 '신뢰회복'과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재훈기자 jprime@cctoday.co.kr


"더 이상의 책임전가나 사실은폐, 수습지연은 국정공백과 민심의 공황상태를 가속시킬 뿐입니다."
비선실세 스캔들로 정국이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이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앞으로 남겨진 과제로 정치권의 역할론을 제시했다.

종교계 원로인 유 주교는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단정했다.

유 주교는 "불행하게도 지금 대통령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무엇을 할 수 있는 귄위도 잃어 버렸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바라보고 인정하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사심없이 하길 바란다”며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뢰가 느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역할이 이 시점에서 중요함을 강조했다.

유 주교는 "정치권에서는 자신의 위치나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길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정상적으로 다음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현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유 주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을 대통령부터 바로 지켜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른바 '비선실세'를 통해 국정을 농단한 것은 국민주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유린한 반헌법적인 행위"라며 "급속한 발전만을 추구하다보니 우리 사회에 황금만능주의, 이기주의, 성공주의가 만연해 있다. 올바른 과정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권력을 가지려는 우리의 욕심이 있는 한 계속 이런 일은 벌어질 것이다. 권력 또는 재물이 우리 삶과 행복의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이 받은 상처와 좌절감에 대해서도 위로를 건넸다. 유 주교는 "이런 나라의 상황을 보면서 정의와 평화를 외치고, 의노(의로운 분노)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닌가. 그만큼 국민 모두에게 너무도 큰 실망을 주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우리 민족은 어려움에 처하면 굳은 마음으로 함께 일어났고, 성숙하게도 어려울 때 일수록 마음을 모아 함께 이겨내곤 했다. 나 자신의 힘든 것만을 생각하면 모두가 지옥의 삶을 살게 되지만, 이웃을 생각하면 모두가 더불어 천국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아는 지혜로운 민족이다. 정치인들을 욕하기 전에 '내 손에 민주주의가 달렸다는 의식'을 가지고 주권을 책임있게 행사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kka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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