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서식지 몽골을 가다]9)천연기념물 철새를 위한 과제

천연기념물은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살아 숨쉬는 동물의 경우 천연기념물은 더 없이 소중한 가치를 갖게 된다.

한없이 새로운 문명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존재하는 한 천연기념물을 지정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은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문화재청은 350건가량의 천연기념물을 지정해 보호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식물(군락지 포함)이 220건 정도로 가장 많고 동물이 70건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40여 건의 지질·광물자원과 10여 곳의 천연보호구역, 10여 곳의 명승 등이 있다, 70여 건의 동물 천연기념물 중엔 조류(번식지 포함)가 50여 건으로 가장 많은 데 이 가운데서도 순수한 종(種)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건 30건 정도다.

지금은 한국에선 자취를 감춰버린 크낙새(제197호)와 따오기(제198호)를 비롯해 희귀조류인 황새(제199호), 먹황새(제200호), 고니류(제201호), 두루미(제202호), 재두루미(제203호), 팔색조(제204호), 저어새·노랑부리저어새(제205호), 느시(제206호), 흑비둘기(제215호), 흑두루미(제228호), 까막딱따구리(제242호), 수리류(독수리·검독수리·참수리·흰꼬리수리:제243호), 매류(참매·붉은배새매·새매·알락개구리매·잿빛개구리매·매·황조롱이:제323호), 올빼미·부엉이류(올빼미·수리부엉이·솔부엉이·쇠부엉이·소쩍새:제324호), 기러기류(개리·흑기러기:제325호), 검은머리물떼새(제326호), 원앙(제327호), 노랑부리백로(제361호), 뜸부기(제446호), 검은목두루미(제451호) 등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들이다.

이들의 면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계절에 따라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어도 보호를 위한 절반의 몫은 이들이 번식하는 나라에 있다는 얘기다.


▲절반의 책임 나눈 국가와의 교류


몽골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와 협력해야 할 파트너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 국제적인 멸종위기·보호종의 상당수가 몽골에서 주로 번식하기 때문이다. 독수리(검독수리)와 개리, 고니(큰고니), 두루미(재두루미)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겨울철에 이들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 얼마나 볼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몽골의 서식·번식환경에 달려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천연기념물 검독수리.
   
▲ 천연기념물 개리(2006년 12월 천수만·김신환 동물병원장 제공).
   
▲ 천연기념물 고니.
한국과 몽골이 공동연구를 통해 이들에 대한 기초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이번 취재를 통해 몽골의 희귀조류 번식 환경과 정부 차원의 보호 노력을 엿볼 수 있었는데 결론은 부정적이다.

독수리 번식지(에르덴산트)의 경우 유목민의 손을 덜 탄 탓에 그나마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개리나 고니류 등 물새 종류의 경우 급변하는 자연환경과 유목민의 침입에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해마다 심해지는 가뭄 탓에 이들의 필수 번식지인 습지(호수)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고 그나마 남아있는 호수는 유목민과 가축들에게 점령당해 이들이 살아 쉼 쉴 곳을 잃어버렸다. 우리나라의 성장기와 마찬가지로 몽골도 산업화 물결이 거세게 일면서 물새들의 번식지 주변 곳곳에서 쇳소리 나는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이 설 자리는 이제 인적이 뜸한 몽골 동북부지역에 한정될 위기에 처해 있다.

   
▲ 몽골의 천연기념물 번식지는 해마다 심해지는 가뭄과 먹이부족, 개발에 따른 번식지 파괴 등으로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사진은 독수리 최대 번식지인 몽골 에르덴산트 바위산.
   
▲ 몽골 초원은 가뭄으로 인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호수는 유목민과 가축들에게 점령당해 천연기념물의 번식지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 같은 위기는 몽골의 자연과학 연구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조류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춘 연구진은 몽골 전체를 통털어 10여 명 밖에 되지 않는다. 철새 보호를 위한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철새가 왕래하는 인접국가와의 공동노력 없인 자력으로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천연기념물 철새 보호에 이제 막 눈 뜬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몽골과 비교하면 사정이 나아보이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민간 차원에서 활발한 천연기념물 철새 보호·복원 활동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뒷받침은 생색내기 수준이다.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엔 수백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여타 천연기념물 보호엔 인색한 예산지원의 편중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몽골 간 공동연구 프로젝트는 2005년(독수리), 2006년(개리), 2007년(오르혼강 유역 자연유산),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뒤 걸음마 단계에서 주저앉은 상태다.

천연기념물(문화재청), 멸종위기·보호종(환경부)으로 지정해 놓고도 이들에 대한 과학적인 생태분석 자료는 고사하고 기초적인 자료도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존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 선결과제


'예산만 많다면….'

역시 결론은 예산이다. 얼마만큼의 재원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달라진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보호체계를 갖출 수 있느냐 없느냐도 예산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현실론에 접어들면 그리 녹록치않다는 것도 또 하나의 결론이다.

단계적으로 서서히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푸념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먼저 우리 사회 내부에서 철새와의 공존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각종 개발논리에 밀려 천연기념물 철새의 서식지·월동지가 위협받고 있다. 내륙에선 이들이 쉬어갈 공간이 줄어들어 대부분 해안가로 밀려난 상태다. 낙동강하구와 함께 국내 최대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는 천수만 간척농지엔 기업도시가 들어선다. 무분별한 남획과 농작물 피해 방지를 위한 포획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천연기념물(멸종위기·보호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미약한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보 1호에 대해선 자신있게 대답하고 보물 1호에 대해선 갸우뚱하다 '천연기념물 1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접하면 십중팔구 말문이 막히기 일쑤인게 현실이다.

서산 천수만 철새기행전 등 에코 투어리즘 성격의 교육적 환경생태관광이 활성화 되면서 천연기념물에 대한 인식과 철새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특히 철새 보호를 위한 공감대 형성과 희귀종 복원 노력 등은 민간 차원에서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도 지속적으로 확충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재청이 지난해 개관한 천연기념물센터(대전)의 역할에 큰 기대감이 실릴 수 밖에 없다. 아직은 천연기념물을 단순히 전시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면서 천연기념물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6월 중순 몽골 에르덴산트에서 만난 갓태어난 독수리는 올 겨울 먹이를 찾아 강원도 철원이나 경기도 파주 장단반도를 찾을 것이다.

몽골 바가노르 인근 아이크호수와 궁갈루트호수에서 쫓겨난 개리나 고니도 몽골 어딘가에서 또 다른 번식지를 찾아 새끼를 낳았을 것이고 이놈들은 어느 새 다 자라 올 겨울 한강하구나 금강하구, 낙동강하구, 천수만을 다시 찾을 것이다. 한반도가 인간과 함께 한 시대,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철새들의 또 다른 고향이 되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끝>

   

   
▲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 한마리가 몽골 초원에서 사육 중인 소와 함께 서식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Posted by 꼬치 트랙백 1 : 댓글 2
[천연기념물 서식지 몽골을 가다]8)한국·몽골…정책연구의 현주소

철새는 계절에 따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그어 놓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순전히 생존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철새들은 '이동'을 숙명으로 안고 산다.

해마다 겨울이면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나 개리, 고니 등 대표적인 겨울철새들은 서식하고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몽골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봄·여름을 나고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남쪽으로 이동한다. 추위도 문제지만 눈덮힌 광활한 대지에선 먹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적 겨울을 나기 좋은 우리나라는 겨울철새들에게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겨우내 꽁꽁 얼어 있지 않고 주기적으로 추위가 풀리면 물이 흐르고 먹잇감이 될 만한 생명체가 곳곳에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기와 희망


물론 우리나라 전체가 이들의 겨울 휴식처는 아니다. 일부 내륙 습지가 남아 있지만 대부분 해안가, 특히 민물과 찬물이 만나는 강 하구에 월동지가 밀집해 있다.

독수리의 메카로 자리잡은 철원과 임진강 하구 장단반도, 물새들이 좋아하는 한강·금강·낙동강 하구, 천수만, 경남 주남저수지 등 30여 곳의 대규모 월동지가 남아 있을 뿐 쉼터 역할을 했던 소규모 내륙 습지들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내륙에서의 개발 열기가 이들을 서서히 내몰고는 있지만 그래도 그만큼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특히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 보호종 등 희귀 조류에 대한 관심과 보호의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철새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철새는 계절따라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우리만의 노력으론 이들의 생명력을 담보할 수 없다. 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고향의 서식환경이 뒷받침돼야 우리의 노력도 빛을 발할 수 있다.

   
▲ 천연기념물센터 자연문화재연구실에서 문화재수리기능자인 오동세씨가 죽은 원앙을 박제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 뗀 철새보호 공동 노력


겨울철새가 주로 서식·번식하는 곳은 중국과 몽골, 러시아다. 특히 몽골은 국토 대부분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한 말 그대로 '생물자원의 보고(寶庫)'인데 여기서 태어난 새끼들이 겨울만 되면 어김없이 한반도를 찾는다. 우리나라와 몽골이 함께 서식·번식지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몽골이 서식·번식 환경을 잘 보전해 철새들이 일정하게 개체수를 유지해야 우리나라에서도 그만큼의 철새를 볼 수 있고, 또 월동지 환경을 잘 보전해야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번식을 통해 일정한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자연의 순리인 데 우리는 새 천년을 맞이하고 나서야 이 순리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지속적인 논의 끝에 지난 2004년 우리 문화재청과 몽골 산림자연수자원청이 자연유산 교류협정을 체결하면서 공동연구 추진의 결실을 맺었다.

양국은 협정을 통해 매년 연구과제를 선정,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철새 등 자연유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가기로 하고, 첫 공동연구 주제로 독수리를 선택했다. 독수리 월동 개체수가 1990년대 초 50∼100마리, 1990년대 말 150∼200마리, 2000∼2001년 850여 마리, 2001∼2002년 1200여 마리로 급증하면서 독수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박사를 중심으로 한 우리 연구진과 몽골 연구진은 2005년 한 해를 몽골 독수리 번식지에 대한 조사와 우리나라 월동지에 대한 조사에 투자해 지금까지 규명하지 못했던 독수리의 생태적 신비를 조금이나마 벗기면서 이동경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2006년도엔 '거위의 조상' 개리의 번식지(몽골)와 월동지(한국)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진행됐고 지난해엔 연구진이 더 확충돼 세계문화명승유산으로 등록된 몽골 오르혼강 유역(울란바타르 서쪽 360㎞ 지점)에 대한 전반적인 생태 연구가 펼쳐졌다.
   
▲ 천연기념물센터는 천연기념물의 체계적인 연구·조사·교육 등을 수행하고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 대전 서구 만년동에서 개관했다.

이런 일련의 노력들은 자국에 분포하는 종(種)에 대한 기초자료는 반드시 과학적 조사를 통해 세계 속에 공유하도록 한 유네스코 등 관련 국제기구의 권고를 충족시키는 한편 희귀조류, 우리나라에선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는 철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철새 바로알기' 사업은 한 발 더 나가지 못하고 여기서 주저 앉았다. 양국의 이해관계와 함께 국가 간 연구기반 격차에 따른 한계에 봉착해 올해 연구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

[인터뷰]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박사
철새 보호방안 마련위해 장기적 연구시스템 필요

   
▲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박사
- 한국과 몽골의 희귀조류 보호 방안에 대한 연구 사례를 소개해달라.


"2004년 체결된 한국과 몽골 간 자연유산 분야 교류협력협정에 따른 공동연구가 거의 유일하다고 보면 된다.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 최초의 시도였다. 독수리와 개리 번식지, 오르혼강 유역 생태환경에 대한 과학적 연구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이 밖에 학계와 기관, 동호회 수준의 민간단체가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등을 열고 있지만 연구 수준으로까지 발전하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한국·몽골 간 공동연구에서 나온 성과는 무엇이었나.

"철새에 대해 몰랐던 생태나 이동경로 등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우선 독수리 연구에서 한국에 월동하는 독수리가 거의 대부분 유조들이라는 사실과 왜 유조들이 한국에 월동하는지 그리고 월동 개체수가 왜 많은지, 이들의 이동시기와 이동경로, 번식생태는 어떤지에 대해 확인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독수리는 과거 몽골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일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했으나 최근 분포가 몽골 인근 지역으로 축소됐는 데 이건 몽골이 아직까지 유목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유목민들의 문화·관습, 즉 죽은 동물을 독수리 먹이로 제공하기 때문에 독수리에게 먹이가 자연스럽게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 몽골의 독수리 개체를 유지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또 독수리의 번식시기에 맞춰 유목민들의 가축들이 산란을 하는 것인 데 산란 때 죽는 동물의 새끼나 부산물은 독수리의 어린새끼에게는 성장하는 데 엄청난 영양분의 역할을 한다. 이 밖에 몽골에서 태어난 새끼들이 유조로 성장해 그해 겨울 철원 월동지에서 발견됨으로써 상당수의 어린 독수리가 겨울철 한국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2005년의 경우 천연기념물인 개리와 고니류를 연구했다. 개리나 고니류의 경우 몽골이나 중국의 저수지 가운데 또는 습지에서 번식하는 데 동북아시아에서 기상현상, 즉 비가 적게 오는 현상 때문에 개리 등의 번식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또한 강수량이 적어지면서 유목민들의 가축이 저수지로 몰려와 물을 먹는 행위로 인해 철새번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 공동연구 과정에서 느낀 한계는 없었나.

"몽골은 한반도와 70% 이상 같은 생물분포를 가지고 있다.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 보호종과 같은 자연유산은 전 세계 어디에 분포하더라도 보호를 해야 하는 중요한 종들이다. 그러나 양국 간에 보호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한국과 몽골 간의 문화적·인적·물적 차이 때문에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에 봉착했다. 몽골은 남한의 14배에 가까운 넓은 땅에 250만 명가량의 아주 적은 인구가 살고 있다. 연구 인력이 부족하고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도 많다. 그래서 체계적인 관리나 연구 수행에 매우 큰 어려움이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양국 간에 장기적인 연구시스템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기준 기자

Posted by 꼬치 트랙백 0 : 댓글 0
[천연기념물 서식지 몽골을 가다]7)희망의 비상…한반도에서 겨울나기

우리 나라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의 고향, 즉 번식지는 주로 러시아와 몽골, 중국의 동부 지역이다. 이 가운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몽골은 가장 역동적인 생태계의 보고로 꼽힌다. 가장 다양한 조류들이 인간의 간섭없이 덜한 곳에서 나름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겨울철새 월동지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 나라에선 주저없이 서산 천수만을 꼽는다.

13목 45과 327종(2007년)의 조류가 이곳 천수만 간척지 A·B지구에서 서식한다. 이중 독수리와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황새, 검독수리, 가창오리 등 희귀조류를 포함한 100여 종의 겨울철새가 천수만에서 겨울을 난다. 가을부터 모여들기 시작해 월동하면서 금강하구나 충남 연기군 미호천 등을 거쳐 전라도 해남, 낙동강 하구 등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특히 천수만은 동북아시아 전체를 통털어 최고의 맹금류 관찰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천수만은 바다를 메워 만든 동북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1만 5409㏊의 농지와 간월호와 부남호로 이뤄진 곳으로 매년 300여 종 40여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드는 새들의 낙원이다. 몽골에서 번식한 독수리, 고니, 검독수리 등이 찾아와 월동하는 곳이다. 사진은 가을걷이가 끝난 천수만 들녘을 가득 메운 기러기떼. 우희철 기자
오리류나 기러기류, 멧새류가 많이 찾아오는 겨울에는 가장 다양한 맹금류를 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수리과와 매과에 속하는 33종의 매목 조류 가운데 26종이 천수만에서 관찰됐다.

오리와 기러기류를 중심으로한 중대형 조류가 많이 찾아와 먹잇감 역할을 하고 양서류와 파충류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 사냥하거나 쉬기에 적당한 울창한 숲이 천수만을 감싸고 있는 지형적 특징도 맹금류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맹금류는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맹금류의 개체수 및 다양성으로 생태계의 건강성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산 천수만은 아직까진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조금씩 잦아지는 독수리의 출현


몽골에서 번식해 겨울철 남하하는 독수리의 대부분은 사람의 출입이 제한된 경기도 장단반도와 강원도 철원 DMZ에서 대규모로 월동한다.

이따금 더 밑으로 내려오기도 하는데 서산 천수만도 그중 하나다. 2∼5마리 정도로 극소수지만 2003년 이후 꾸준히 서산 천수만과 해미천 인근에서 독수리가 발견되고 있다.

2003∼2004년 겨울엔 5마리의 독수리가 천수만 간월호를 찾아와 지역 탐조가들을 흥분시키기도 했다. 이중 먹이를 구하지 못해 죽기 직전에 있었던 어린 독수리 한 마리는 지역 환경단체의 도움으로 새 생명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지난해엔 검독수리도 천수만 창공에서 포착됐다. 5년 만의 출현이라고 한다. 천수만 간척지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호천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3월 미호천(충북 청원군 강외면) 인근에 15마리의 독수리가 나타났다. '주변 양계장에서 버린 폐닭들이 이들을 불러모은 것으로 보인다. 장단반도나 철원 등 집단 월동지에서의 먹이 부족이 심화되면서 조금씩 더 남하하는 독수리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앞서 1월엔 금강변(충남 연기군 남면) 일대에서 검독수리와 참수리, 흰꼬리수리들이 서식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양한 맹금류의 서식 확인은 곧 생태계의 건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호수의 발레리나 (큰)고니

천연기념물인 고니(201-1호)와 큰고니(201-2호)도 해마다 천수만 간월호를 찾아 겨울을 난다. 몇 마리만 수면 위를 유유히 떠돌아도 간월호 전체가 우아한 발레 공연장이 된다.

사랑의 하트 무늬를 그려내며 겨울철 탐조객의 발길을 붙잡고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도 바로 고니들이다. 수면위를 박차고 날아 오르는 고니의 힘찬 비상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고니 무리에 섞여 이따금 넓고 긴 주걱같은 노란색 부리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2호)도 관심을 끄는 천수만의 겨울철새 중 하나다. 긴 다리와 긴 목을 가져 늘씬한 자태를 뽐내는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와 재두루미(203호), 흑두루미(228호), 황새(199호)들도 겨울 천수만의 값어치를 높여주는 명물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천수만 대표 홍보 도우미…가창오리

겨울 천수만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가창오리다. 전 세계 개체수의 95%가 우리 나라에서 월동하는 데 천수만과 금강하구가 가장 대표적이다. 석양에 물든 하늘에서 30여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연출하는 화려한 군무는 예술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모든 형용사를 다 통털어도 모자랄 정도다. 대단위 무리를 이뤄 월동하는 가창오리가 겨우내 머물 수 있는 습지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전국에 걸쳐 분포했는데 근래 들어 습지에 대한 개발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면서 아직 개발의 손을 덜 탄 천수만으로 초집중화된 가창오리 무리가 모여들어 군무를 펼치고 있다. 현재 40여만 마리에 이르는 가창오리 무리가 머물 수 있는 습지는 천수만을 비롯해 금강하구와 해남 고천암호, 당진 석문호 정도 밖에 없다.

▲천수만에도 위협은 있다

천수만 간척지가 겨울철새의 최대 보금자리이긴 하지만 이게 영원하리란 보장은 없다.

천수만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의 대부분은 낙곡을 주워먹는 오리류와 기러기류인데 천수만에서의 영농형태가 변하면서 이들의 서식환경도 따라 변하고 있다. 천수만 간척지 농지가 일반에 분양되면서 사람의 출입이 잦아졌고 영농의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겨울철새들의 먹이도 따라서 줄어들고 있다. 서산시와 환경단체는 생물종 다양성 관리계약 사업을 추진해 일정부분을 겨울철새의 먹이를 남겨놓고 있지만 겨울철새들에겐 부족하다. 농민과 철새들의 분쟁도 해를 거듭할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몇 년 뒤면 B지구 부남호 주변에 기업도시가 들어서는 데 철새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갈수록 개발 논리를 선호해가는 지역 정서가 철새의 보금자리 천수만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후세가 받아안게 될 예측불허의 고통에 대해 이 시대 사람 모두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인터뷰]김신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간척농지 매각 못막아 후회 개발광풍에 먹이 너무 부족"


   
▲ 김신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 천수만의 자연 생태계,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점점 천혜의 갯벌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져가고 그나마 농지도 기업도시가 드러서는 바람에 골프장으로 바뀌게 생겼다. A지구 간척농지도 대부분 일반에 매각돼 경제논리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철새와 공존하려는 시도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농민은 한 톨이라도 더 수확하려고 애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철새에겐 먹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농약도 많이 한다. 모두 간월호로 흘러들어 가기 때문에 작은 물고기를 먹고사는 철새들은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새들이 살기 어렵게 점점 변해가고 있다. 간척농지 일반 매각을 막지 못한게 정말 후회스럽다. 후세에 큰 죄를 지었다."

- 서산시와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철새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나요.

"볏짚존치, 미수학존치, 무논조성 등 철새를 위해 조그마한 사업들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이것만 가지곤 부족하다. 그나마 이것도 진정 철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철새기행전을 치르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서산시 홍보할 때만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 천수만'을 내세울 게 아니라 실질적인 보전 방안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관심도 필수적이다."

- 겨울철새들이 지속적으로 천수만을 찾게 하려면.

"제일 중요한 것은 갯벌 보존이다. 또 친환경적인 영농이 필수적이다. 새들이 살 수 없는 곳에는 우리 인간도 살 수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얼마 전 몽골 탐조를 다녀오셨는데.

"몽골과 우리 나라는 뗄래야 뗄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겨울 철새인 먹황새, 큰고니, 황오리, 개리, 독수리, 검독수리, 말똥가리, 솔개 등 한국에서 월동하는 많은 수의 새들이 몽골에서 번식를 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몽골의 조류활동가와 긴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철새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부터라도 활발하게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

 이기준 기자

Posted by 꼬치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