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9.17 천연기념물 철새보호 우리 손에 달렸다 (2)
[천연기념물 서식지 몽골을 가다]9)천연기념물 철새를 위한 과제

천연기념물은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살아 숨쉬는 동물의 경우 천연기념물은 더 없이 소중한 가치를 갖게 된다.

한없이 새로운 문명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존재하는 한 천연기념물을 지정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은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문화재청은 350건가량의 천연기념물을 지정해 보호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식물(군락지 포함)이 220건 정도로 가장 많고 동물이 70건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40여 건의 지질·광물자원과 10여 곳의 천연보호구역, 10여 곳의 명승 등이 있다, 70여 건의 동물 천연기념물 중엔 조류(번식지 포함)가 50여 건으로 가장 많은 데 이 가운데서도 순수한 종(種)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건 30건 정도다.

지금은 한국에선 자취를 감춰버린 크낙새(제197호)와 따오기(제198호)를 비롯해 희귀조류인 황새(제199호), 먹황새(제200호), 고니류(제201호), 두루미(제202호), 재두루미(제203호), 팔색조(제204호), 저어새·노랑부리저어새(제205호), 느시(제206호), 흑비둘기(제215호), 흑두루미(제228호), 까막딱따구리(제242호), 수리류(독수리·검독수리·참수리·흰꼬리수리:제243호), 매류(참매·붉은배새매·새매·알락개구리매·잿빛개구리매·매·황조롱이:제323호), 올빼미·부엉이류(올빼미·수리부엉이·솔부엉이·쇠부엉이·소쩍새:제324호), 기러기류(개리·흑기러기:제325호), 검은머리물떼새(제326호), 원앙(제327호), 노랑부리백로(제361호), 뜸부기(제446호), 검은목두루미(제451호) 등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들이다.

이들의 면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계절에 따라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어도 보호를 위한 절반의 몫은 이들이 번식하는 나라에 있다는 얘기다.


▲절반의 책임 나눈 국가와의 교류


몽골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와 협력해야 할 파트너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 국제적인 멸종위기·보호종의 상당수가 몽골에서 주로 번식하기 때문이다. 독수리(검독수리)와 개리, 고니(큰고니), 두루미(재두루미)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겨울철에 이들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 얼마나 볼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몽골의 서식·번식환경에 달려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천연기념물 검독수리.
   
▲ 천연기념물 개리(2006년 12월 천수만·김신환 동물병원장 제공).
   
▲ 천연기념물 고니.
한국과 몽골이 공동연구를 통해 이들에 대한 기초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이번 취재를 통해 몽골의 희귀조류 번식 환경과 정부 차원의 보호 노력을 엿볼 수 있었는데 결론은 부정적이다.

독수리 번식지(에르덴산트)의 경우 유목민의 손을 덜 탄 탓에 그나마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개리나 고니류 등 물새 종류의 경우 급변하는 자연환경과 유목민의 침입에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해마다 심해지는 가뭄 탓에 이들의 필수 번식지인 습지(호수)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고 그나마 남아있는 호수는 유목민과 가축들에게 점령당해 이들이 살아 쉼 쉴 곳을 잃어버렸다. 우리나라의 성장기와 마찬가지로 몽골도 산업화 물결이 거세게 일면서 물새들의 번식지 주변 곳곳에서 쇳소리 나는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이 설 자리는 이제 인적이 뜸한 몽골 동북부지역에 한정될 위기에 처해 있다.

   
▲ 몽골의 천연기념물 번식지는 해마다 심해지는 가뭄과 먹이부족, 개발에 따른 번식지 파괴 등으로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사진은 독수리 최대 번식지인 몽골 에르덴산트 바위산.
   
▲ 몽골 초원은 가뭄으로 인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호수는 유목민과 가축들에게 점령당해 천연기념물의 번식지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 같은 위기는 몽골의 자연과학 연구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조류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춘 연구진은 몽골 전체를 통털어 10여 명 밖에 되지 않는다. 철새 보호를 위한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철새가 왕래하는 인접국가와의 공동노력 없인 자력으로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천연기념물 철새 보호에 이제 막 눈 뜬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몽골과 비교하면 사정이 나아보이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민간 차원에서 활발한 천연기념물 철새 보호·복원 활동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뒷받침은 생색내기 수준이다.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엔 수백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여타 천연기념물 보호엔 인색한 예산지원의 편중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몽골 간 공동연구 프로젝트는 2005년(독수리), 2006년(개리), 2007년(오르혼강 유역 자연유산),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뒤 걸음마 단계에서 주저앉은 상태다.

천연기념물(문화재청), 멸종위기·보호종(환경부)으로 지정해 놓고도 이들에 대한 과학적인 생태분석 자료는 고사하고 기초적인 자료도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존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 선결과제


'예산만 많다면….'

역시 결론은 예산이다. 얼마만큼의 재원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달라진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보호체계를 갖출 수 있느냐 없느냐도 예산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현실론에 접어들면 그리 녹록치않다는 것도 또 하나의 결론이다.

단계적으로 서서히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푸념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먼저 우리 사회 내부에서 철새와의 공존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각종 개발논리에 밀려 천연기념물 철새의 서식지·월동지가 위협받고 있다. 내륙에선 이들이 쉬어갈 공간이 줄어들어 대부분 해안가로 밀려난 상태다. 낙동강하구와 함께 국내 최대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는 천수만 간척농지엔 기업도시가 들어선다. 무분별한 남획과 농작물 피해 방지를 위한 포획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천연기념물(멸종위기·보호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미약한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보 1호에 대해선 자신있게 대답하고 보물 1호에 대해선 갸우뚱하다 '천연기념물 1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접하면 십중팔구 말문이 막히기 일쑤인게 현실이다.

서산 천수만 철새기행전 등 에코 투어리즘 성격의 교육적 환경생태관광이 활성화 되면서 천연기념물에 대한 인식과 철새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특히 철새 보호를 위한 공감대 형성과 희귀종 복원 노력 등은 민간 차원에서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도 지속적으로 확충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재청이 지난해 개관한 천연기념물센터(대전)의 역할에 큰 기대감이 실릴 수 밖에 없다. 아직은 천연기념물을 단순히 전시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면서 천연기념물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6월 중순 몽골 에르덴산트에서 만난 갓태어난 독수리는 올 겨울 먹이를 찾아 강원도 철원이나 경기도 파주 장단반도를 찾을 것이다.

몽골 바가노르 인근 아이크호수와 궁갈루트호수에서 쫓겨난 개리나 고니도 몽골 어딘가에서 또 다른 번식지를 찾아 새끼를 낳았을 것이고 이놈들은 어느 새 다 자라 올 겨울 한강하구나 금강하구, 낙동강하구, 천수만을 다시 찾을 것이다. 한반도가 인간과 함께 한 시대,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철새들의 또 다른 고향이 되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끝>

   

   
▲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 한마리가 몽골 초원에서 사육 중인 소와 함께 서식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Posted by 꼬치 트랙백 1 :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