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목 오리과 고니류에 속하는 새의 총칭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순 우리말인 '고니'보다는 일본식 한자어인 '백조'가 일반화됐다. 세계적으로 고니류는 모두 9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고니(천연기념물 제201-1호)와 큰고니(제201-2호), 혹고니(제201-3호) 등 3종이 겨울철에 날아와 월동한다. 가을이 되면 추위를 피해 우리 나라로 날아와 겨울을 난 뒤 북쪽 캄차카반도에서 동북부 시베리아에 걸친 툰트라 지대의 먹이가 풍부한 환경으로 돌아가 번식한다. 고니는 몸길이 120㎝ 정도로 큰고니보다 다소 작다. 암수 모두 몸은 흰색이고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이며 부리의 머리부분은 노란색이다. 어린새는 몸이 밝은 회갈색을 띠고 부리는 분홍색으로 큰고니 무리 속에 섞여서 겨울을 난다. 큰고니는 몸길이 140㎝ 정도로 몸은 흰색이고 어린새는 검은빛을 띤 회색이다. 부리 끝이 약간 구부러져 있어 고니와 구별이 가능하다.

호수와 늪, 하천, 해안 등에서 큰 무리를 이뤄 생활하며 암수와 새끼들의 가족군으로 구성된다. 물에서 나는 식물의 줄기나 뿌리, 육지 식물의 열매, 물 속에 사는 작은 곤충 등을 먹는다. 혹고니는 몸길이 152㎝ 정도로 몸은 거의 흰색이고 어린새는 회갈색에 부리는 검은색이다. 선명한 오렌지색 부리에 검은색인 혹과 부리의 머리부분 때문에 다른 고니들과 쉽게 구별된다. 목을 굽히고 부리가 아래로 향한 모습으로 헤엄친다. 저수지나 호수 등에서 생활하며 주로 물에서 나는 식물을 먹지만 작은 동물도 먹는다. 고니류 가운데 수가 가장 적고 동북아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우리 나라에서 겨울을 난다. 백조(고니, 큰고니, 혹고니)는 국제적 보호가 필요한 희귀한 겨울새로 우리 나라에선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고니를 보면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또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몇 해 전 2년 동안 서산 천수만 간월호에서 겨울철이면 100여 마리 이상씩 몰려와 우아한 자태를 뽐내던 고니를 하루가 멀다하고 봐왔어도 정작 고니가 어떤 놈인지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떤게 고니고 또 어떤게 큰고니인지, 또 어떤건 혹고니인지 그저 겨울철 철새도래지의 명성을 한층 높여주는 수 많은 철새 가운데 하나, 그냥 고니일 뿐이었다.

우아한 자태만으로도 볼품없는 호수를 말 그대로 '백조의 호수'로 만들어 탐조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고니가 그저 대견할 뿐이었다. 물론 호숫가 한 쪽 편에서 고니를 가까이서 보이기 위해 슬며시 다가가면 이내 귀찮다는 듯 다른 편으로 도망가기 일쑤여서 우호적인 관심을 보여주기가 쉽지만은 않았던 탓도 있다.

어쨌든 멀리뛰기에 앞서 도움닫기를 하듯 탄력을 받기 위해 수면 위에서 10m 정도 앞으로 물을 박차고 힘차게 비상하고 또 수상비행기가 착륙하듯 날개를 최대한 펼친 상태에서 수면 위로 미끄러지듯 내려 앉는 고니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동틀 무렵 이놈들도 깨어나 뿌옇게 피어오른 물안개 사이로 유유히 흘러가면 '세상만사가 평화롭다'는 느낌이 절로든다.

이따금 깊고 포근한 날개 속에 머리를 처박고 미동조차 하지 않을 때가 있는 데 이 때가 바로 이놈들의 휴식시간이다. 조금이라도 추위를 피하기 위한 본능이다.

고니는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월동루트의 중간 휴식처인 서산 천수만 간월호를 찾는 데 간월호에서도 상부지역에서 주로 휴식을 취한다. 서산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배출되는 온기를 간직한 물이 간월호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러시아 툰드라와 몽골의 추위를 2000㎞ 이상 날아온 녀석들이 얼어붙고 지친 몸을 추스리기엔 안성맞춤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놈들이 좋아 해마다 이곳을 찾는 탐조객들 사이에선 걱정이 점점 늘어간다. 보이는 놈이 계속 적어지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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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희철기자

▲인간에게 빼앗긴 '백조의 호수'


몽골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고니의 최대 고향 가운데 하나다. 개리처럼 호수가 형성된 곳이라면 번식기에 몽골 동북부지역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호수가 몽골엔 많다는 얘기다.

고니는 물가의 갈대밭이나 툰드라의 저목 아래에 풀이나 이끼 등으로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는다. 호수와 둥지를 가리기 위한 갈대밭이 이들의 번식을 위한 필수조건이란 얘기다.

그러나 몽골 동북부지역 주요 번식지들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이번 취재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고니가 고니 무리에 끼어 가끔 눈에 띌 정도로 귀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일단 해마다 심해지는 몽골의 가뭄에 따라 호수 자체가 사라지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자연적 현상이라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다.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바가노르(울란바타르 동쪽 150㎞) 인근 아이크 호수와 궁갈루트 호수는 개리와 함께 고니의 주요 번식지 가운데 하나였지만 몇 해 전부터 비의 양이 적어지면서 규모가 예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인근 후크노르 호수는 아예 바닥을 드러낸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물론 직접적인 서식지 파괴의 원인은 몽골 유목민에게 있다. 물이 귀해지면서 가축을 키워야 하는 절박감이 희귀조류의 서식지가 갖는 가치를 능가하게 됐다.

당연히 여름철이면 갈대밭으로 우거졌어야 할 호수에 갈대는 온데간데 없고 호숫가는 가축의 독차지가 돼 버렸다. 더욱이 아이크 호수와 궁갈루트 호수 바로 옆에서 광산개발이 시작되면서 이 호수들은 고니 번식지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번식지를 잃은 고니는 자연스럽게 인간의 손길을 비교적 덜 타는 지역으로 쫓기고 쫓겨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

▲고니 대신 반겨준 황오리

무거운 마음을 안고 다시 울란바타르로 돌아오는 길에 옛 러시아 군사기지가 있는 고르도크 지역을 지나치면서 작은 담수호를 만났다.

담수호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널부러진 재두루미 한 마리와 까마귀떼를 볼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역시나였는 데 대신 황오리가 취재진을 반겼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황오리는 번식 본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고르도크의 이 담수호는 이 지역 조류전문가들 사이에선 '황오리의 유치원'으로 불린다. 황오리 무리가 여기서 번식하는 데 어미새 두 마리가 이 호수에 있는 모든 새끼를 일정시간 관리하고 바통터치를 한다고 한다.

어미새 두 마리가 호수에서 노는 50여 마리의 새끼를 보호하고 다시 또 다른 어미새 두 마리가 이놈들을 관리하는 식이다. 이 어린 황오리는 이곳에서 다 자라 올 겨울 천수만이나 금강하구로 날아와 겨울을 날 것이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인터뷰]강정훈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센터 연구원

"국경없는 생물종 보전 위한 국제협력·공동연구등 진행"


   
▲ 강정훈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센터 연구원
- 천연기념물센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센터는 지난해 4월 대전시 만년동에서 개관했다. 천연기념물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연구, 전시·교육을 통해 국민에게 천연기념물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국가연구기관이다. 1962년 12월 천연기념물 제1호가 지정된 이후 2006년 12월까지 모두 367건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는 데 희귀한 철새를 비롯한 이 천연기념물을 자연유산으로서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천연기념물을 마음껏 접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체험공간과 함께 다양한 전시물도 준비했다. 유네스코와 세계 여러 나라의 자연유산 전문기관, 자연사박물관과의 학술교류를 통해 명실상부한 한국의 천연기념물 전문연구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

- 문화재청에선 천연기념물 철새, 특히 한국과 몽골을 오가는 철새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천연기념물 종 및 서식지에 대한 지속적인 현황 파악과 변화상에 대한 자료분석을 통해 보호·관리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책 기초연구와 학술연구 등을 수행 중이며 천연기념물 지역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화와 천연기념물에 대한 인식 증진을 위해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화재청-몽골 간 위성추적 장치를 이용한 천연기념물 조류의 이동경로 공동연구 결과 큰고니(제201-2호)와 재두루미(제203호), 저어새(제205-1호), 독수리(제243-1호), 개리(제325-1호) 등에 대한 새로운 이동경로를 확인하는 공동연구가 수행된 바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 천연기념물 철새 연구를 위한 한국과 몽골의 협력 방안 있나.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제도를 통해 자연유산 보전정책과 세계자연유산의 가치가 있는 종과 서식지를 보존해 왔다. 그러나 자연유산은 자국의 정책만으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고 철새와 같이 국경이 없는 생물 종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문화재청은 2000년대부터 동아시아 국가와 함께 자연유산 분야의 국제교류협정(MOU) 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몽골은 다양한 자연환경으로 우리 나라에 도래하는 천연기념물 철새뿐만 아니라 전 세계 멸종위기종의 상당수가 번식하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이미 2004년 한국-몽골 간 자연유산 보전을 위한 협력협약을 체결, 몽골 내 독수리번식지 정밀실태 조사와 보호활동 등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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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철새의 서식지 몽골을 가다]④위풍당당한 자태…검독수리를 만나다
2008년 08월 14일 (목) 지면보기 |  11면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 여우까지 사냥하는 검독수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몽골에서 보기 어려운 새이다. 독수리 번식지인 아르덴산트 바트한산에서도 번식하는 것으로 보이나 취재과정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검독수리
검독수리는 매목 수리과에 속한 텃새이자 철새다. 몸 길이는 수컷의 경우 81㎝, 암컷은 89㎝ 정도이고 날개를 편 길이는 167∼213㎝ 정도에 이른다. 암수 모두 같은 빛깔로 등쪽은 검은 빛을 띤 갈색이고 가장자리는 그 빛이 연하다. 머리 위는 갈색이며 윗목과 뒷목은 노란 빛이 도는 붉은 갈색이다.

꼬리의 밑부분은 갈색이며 꼬리깃은 흰 바탕에 검은 가로무늬가 있고 몸의 아래쪽은 검은색이다. 여름에는 높은 산악지대에 살며 겨울에는 평지나 해안, 산림이 우거지고 암벽이 많은 고산지대에 서식한다.

번식기가 지나면 4∼5마리의 가족군(家族群)으로 다니는 것도 있다. 둥지는 산지의 암벽 사이나 고산지대의 절벽 등 다른 동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으며 침엽수 가지가 주요 재료다. 번식기는 3월 중순∼4월 상순으로 보통 2∼4개의 알을 낳는다.

포란 후 44∼45일이면 부화하고 그 후 77일 정도 지나면 새끼 검독수리는 둥지를 떠날 수 있게 된다. 천연기념물 제243-2호로 지정돼 있으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독수리와 검독수리는 나란히 천연기념물 제243-1호와 제243-2호로 지정된 같은 수리과에 속해 있지만 행태는 전혀 다르다.

독수리는 소위 말해 '하늘의 제왕'으로 일컬어지지만 검독수리에 비하면 사실 독수리는 살아있는 작은 쥐 한 마리도 사냥하지 못하고 오로지 사체(死體)만 먹어 치우는 '자연의 청소부'에 불과하다.

반면 검독수리는 독수리보다 몸집은 작지만 생김새부터 일단 위압감을 준다. 범접하지 못할 카리스마가 넘친다. 갈고리처럼 야무지게 구부러진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은 여우 한 마리쯤 단숨에 숨통을 끊어 놓기에 충분하다. 다리를 내리고 발톱을 한껏 세운 채 V자 형태로 약간 날개를 들어 전속력으로 돌진, 순식간에 먹이를 낚아 챈다. 약육강식, 생태계의 엄정한 질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셈이다. 검독수리의 살아있는 야성 덕분에 몽골에선 검독수리 사냥 풍습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거대한 원(元)제국을 경영했던 칭기스칸이 가장 즐겼던 놀이가 바로 검독수리 사냥이었고 과거의 영화를 되새기는 몽골 나담축제의 백미 또한 이 검독수리 사냥이라고 한다. 몽골 주요 관광지나 초원 곳곳에서 눈을 가린 채 다리에 줄을 맨 검독수리를 팔에 앉힌 유목민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검독수리 둥지 인근에서 공존하는 솔개.
▲몽골 초원에서 만난 하늘의 절대 강자…검독수리

몽골에서 검독수리를 처음 만난 건 맹금류 번식지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에르덴산트가 아니라 바가노르 인근 지역에서 였다. 3일 간의 에르덴산트 바트한산 탐조에 앞서 본사 취재진은 물새 탐조를 위해 바가노르(울란바타르에서 동쪽으로 150㎞)를 찾았다.

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후크노르라는 호수를 찾던 중 고산지대로 둘러싸인 한적한 곳에서 독수리와 검독수리, 까마귀 떼를 만날 수 있었다.

죽어 있는 소 한 마리를 놓고 먹이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사체의 상태로 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였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먹잇감을 중심으로 하늘엔 독수리와 검독수리, 초원수리, 솔개, 말똥가리 등 수리과에 속한 포식자들이 모여들었고 까마귀 떼도 가세해 하늘은 순식간에 큰 싸움터로 변했다.

그 사이에서 운 좋게 검독수리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검독수리의 출현으로 상황이 순식간에 종료되긴 했지만 검독수리는 먹이 주변에 취재진이 서성이는 게 못마땅했는지 이내 자리를 피했다.

에르덴산트 바트한산에서의 탐조기간 동안에도 취재진은 검독수리의 행태를 몇 차례 관찰할 수 있었다.

방목된 염소와 말 등이 바트한산을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검독수리의 사냥 실력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처음 만난 사이라 그런지 결국 히든카드까진 보여주질 않았다.

그러나 바위산 중턱 곳곳에 온갖 동물의 뼈가 널려 있는 것을 보면 야생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바트한산에서 발견한 20여 개의 둥지 가운데 서너 개가 검독수리의 둥지로 확인됐는 데 어린 놈은 발견하지 못했다.

낭떠러지 바위 틈에 둥지를 트는 습성 때문에 검독수리 둥지 자체를 발견하기도 어려웠고 운 좋게 둥지를 발견해도 근접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어 독수리 둥지 관찰과 같은 성과를 얻진 못했다. 드넓은 초원과 하늘을 경영하는 맹금류의 살아있는 전설, 검독수리의 자태를.

ㅤ▲쉽게 볼 수 없게 된 텃새 … 검독수리

   
▲ 검독수리와 독수리가 먹은 것으로 보이는 소의 사체를 취재진이 살펴보고 있다. 우희철 기자
검독수리는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분류되지만 자연상태에서 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그 만큼 귀해졌다는 뜻이다. 강원도 영월 동강과 철원 DMZ(비무장지대), 충북 충주 등지에서 둥지를 틀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검독수리를 발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것은 개체수가 얼마 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높은 산 낭떠러지 바위 틈에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특히 검독수리는 독수리와 달리 2∼4개의 알을 낳는다.

식욕이 왕성한 이 새끼 검독수리들을 60여 일 동안 건강하게 키우려면 번식지 주변에 많은 동물이 살아야 하는데 '개발지상주의'의 틈 속에서 이미 검독수리의 많은 먹잇감이 사라져 버렸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검독수리가 우리나라에서 일종의 도박처럼 새끼 양육을 선택할리 만무하다. 겨울철 몽골과 러시아에서 번식한 어린 검독수리들이 우리나라를 찾지만 그 수도 얼마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철원에선 독수리 틈에 끼어 월동하는 어린 검독수리 몇 마리를 볼 수 있고 2003년에 이어 지난해 11월, 서산 천수만에서 한 마리의 검독수리가 발견돼 겨울철새 탐조가와 연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지난 1월엔 금강 상류 미호천 합류지점인 금남대교 인근에서 검독수리가 처음으로 발견됐는 데 역시 단 한 마리였다. 검독수리가 이 땅에서 번식해 다시 한 번 텃새로서 살아갈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인터뷰]님바야르 몽골야생동물보호센터소장
열악한 연구환경 극복이 철새보호 관건

   
- 몽골에서 독수리와 검독수리 등 맹금류(조류)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나.


"자체적인 연구는 미약한 수준이다. 정부기관인 몽골과학아카데미를 통틀어 몽골의 야생조류를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이 5명 밖에 없다. 조류와 관련된 박사급 연구원도 대학을 다 합해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독수리와 검독수리 등 맹금류를 포함해 대부분 한국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의 고향은 몽골이다. 2005년부터 한국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박사팀과 본격적으로 겨울철새와 관련해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몽골)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는 재정 여건상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외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체계적으로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 몽골, 특히 에르덴산트 지역의 맹금류 서식환경은 어떤가.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져 통계가 쌓여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해 확신할 순 없다. 맹금류의 개체수는 유목생활에 따른 방목의 패턴과 비례한다. 가축수가 많아지면 맹금류도 개체수를 유지하지만 환경이 악화돼 방목이 이뤄지지 않으면 에르덴산트의 명성도 장담할 수 없다. 아직까진 초록이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있고 그래서 방목도 유지되고 있는 만큼 환경은 괜찮다고 본다."

- 맹금류의 서식지 환경보호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역시 가뭄과 사막화가 가장 큰 문제다.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맹금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은 역시 하위 구조에 속해 있는 동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몽골에서 가뭄이 심각해지고 이에 따라 많은 초지가 사막으로 변해가면서 서식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몽골의 사정도 안 좋은 데 한국으로 월동간 독수리와 검독수리들이 돌아오는 사례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한국과 몽골 양국이 보다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독수리와 검독수리의 개체수를 유지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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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철새의 서식지 몽골을 가다]③독수리 왕국 천연 둥지의 신비-하
2008년 08월 07일 (목) 지면보기 |  11면 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 [자연의 청소부 독수리] 독수리 성조의 깃은 검정색인 어린새와는 달리 노랑색이 많은 갈색으로 변하며 날개를 편 독수리 날개 크기는 3m에 가까워 우리나라 새 중에 가장 크다. 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jpg

                    <글싣는 순서>
ⓛ천연기념물의 보물창고 몽골

②독수리 왕국 천연 둥지의 신비-상

③독수리 왕국 천연 둥지의 신비-하

④위풍당당한 자태…검독수리를 만나다

⑤서서히 내몰리는 개리의 아픔

⑥살아 숨쉴 곳 잃어가는 고니의 비애

⑦희망의 비상…한반도에서 겨울나기

⑧한국·몽골…정책연구의 현주소

⑨천연기념물 철새를 위한 과제

독수리는 '국경없는 이동'을 숙명처럼 안고 산다. 혹한의 추위를 피해 먹이를 찾아 겨울이면 몽골에서 남하해 한반도로 날아온다. 그래서 천연기념물 제 243-1호 독수리는 겨울철새다. 아시아에선 주요 서식지가 몽골이고 월동지는 현재로선 우리 나라가 대표적이다.

겨울철 남쪽 기류를 타고 틈틈이 쉬어 가며 때론 단숨에 내달려 온 독수리는 대부분 갓 태어난 어린새다.4월쯤 알에서 깨어난 새끼 독수리가 자라 경험있는 동료와 함께 오는 11월쯤 우리 나라에 모습을 드러낸다. 몽골 에르덴산트 독수리 왕국은 철저하게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힘이 없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어린 독수리들은 본능으로 알고 있다. 먹이를 차지할 수 없는 어린 독수리들에게 '이동'은 곧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 셈이다.

집단 속에서의 설움 외에도 어린 독수리들에겐 성가신 존재가 또 있다. 바로 까마귀다. 독수리는 육중한 체구와 접으면 망토를 연상케하는 근사한 날개 덕분에 '새들의 황제'라는 칭호를 얻고 있지만, 사냥을 못 하고 사체(死體)만 먹기 때문에 같은 습성을 가진 까마귀와 경쟁관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몸 크기로 따져 10분의 1도 안 되는 까마귀가 상대도 안 될 것처럼 보이지만 되레 독수리가 쫓기기 일쑤다. 보기와 다르게 겁이 많은 독수리의 천성 탓이다.

   
▲ [모정] 독수리 한 쌍이 1년에 1개의 알을 낳고 번식한다. 절벽에 마련된 둥지에서 어미가 올 해 태어난 새끼를 정성껏 돌보고 있다.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jpg
ㅤ▲매순간 위기에서도 생명은 애처롭게 숨쉰다


먼 발치에서 망원경으로 거대한 절벽의 위용을 자랑하는 바트한산을 지켜봤다. 곳곳에서 독수리의 하얀색 분비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발견됐다. 바트한산 독수리 탐조 첫 날인 지난 6월 16일, 가파른 절벽에도 불구하고 일단 접근 가능한 둥지 한 곳을 관찰하기로 했다. 마침 다 큰 독수리 암·수 두 마리가 번갈아 둥지를 오가면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끼가 있으리라는 확신이 섰다.

둥지를 응시하며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둥지를 지키고 있던 어미새가 이내 창공으로 떠올랐다. 침입을 감지한 것이다.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온지 2주 정도 됐을 때까진 침입자가 감지될 경우 어미 독수리는 창공으로 떠올라 침입자를 향해 새끼에게 줄 먹이를 토해내 침입자를 쫓는다고 한다. 기껏해야 이것이 어미 독수리가 새끼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격 수단인 셈이다. 다시 20분쯤 올라 둥지보다 높은 곳에 어렵게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가파른 절벽과 45도 각도로 바위틈새를 뚫고 자라난 자작나무에 의지해 튼튼하게 만들어진 폭 2m· 높이1m 정도의 대형 둥지였는 데 그 곳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큰 눈을 깜박이며 어린 독수리 한 마리가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 아르덴산트 바트한산 절벽의 독수리 둥지를 취재 중인 본사 이기준 기자.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jpg
운이 좋다면 6개월 뒤 한반도로 날아 올 새로운 천연기념물 제243-1호가 자라고 있었다. 깃털의 색깔·생김새와 크기 등을 미뤄 짐작했을 때 태어난 지 대략 50∼60일 정도 돼 보였다. 이 어린 독수리는 날개짓을 하려면 지금까지 자란 만큼의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

탐조 둘째날 다시 가파른 바위산 꼭대기 능선을 타고 한 시간 남짓 둥지를 찾았다. 새끼 없는 빈 둥지만 발견하며 몇 차례 헛탕을 치고 나서야 또 다시 새끼 있는 둥지를 발견했다.  이번엔 어미와 새끼가 함께 있는 가슴벅찬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끝없이 펼쳐진 초원의 지평선을 바라보는 어린 독수리는 어미의 날개짓을 유심히 지켜보며 언젠가는 창공으로 힘차게 비상할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독수리는 번식기에 단 하나의 알을 낳는다.  일반적으로 평균 55일 알을 품고 부화한 새끼는 대략 100∼110일 동안 어미로부터 먹이를 공급받은 뒤 둥지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놈도 대략 서너 달 뒤면 스스로 날개짓을 배우고 기류에 육중한 몸을 맡기는 연습을 해야할 것이다.

   
▲ 독수리 둥지의 새끼의 모습. 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ㅤ▲천혜의 독수리 요람…에르덴산트


국내 연구진에 따르면 에르덴산트는 몽골에서도 손꼽히는 천혜의 독수리 요람이다.  여전히 자연의 법칙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에르덴산트 바트한산을 탐조한 이틀 동안 20여 개의 독수리 둥지를 발견했고 이 가운데 6곳에서 새끼 독수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목민이 키우는 말과 양 등 가축이 풍부해 그 만큼 독수리의 먹이가 될 수 있는 가축의 사체도 많고 인근엔 우기에 호수도 형성돼 둥지를 짓기에 적합한 암벽이 많기 때문에 독수리에게 좋은 번식지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무튼 봄철 차가운 바람과 거센 모래바람, 각종 침입자들의 위협을 견뎌낸 어린 독수리는 10월 에르덴산트에서 대규모로 한국으로 날아올 채비를 하면서 힘찬 비상(飛翔)을 예고했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 독수리 한 쌍이 1년에 1개의 알을 낳고 번식한다. 절벽에 마련된 둥지에서 어미가 올 해 태어난 새끼를 정성껏 돌보고 있다. 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인터뷰]전병선 국립중앙과학관 前 연구원

"겨울철새 독수리 보호 한·몽골 공동 노력 필수


- 몽골에서의 독수리 연구성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전병선 국립중앙과학관 前 연구원
"문화재청이 주관한 한국·몽골 자연문화재 공동학술조사의 일환으로 2005년 한 해 몽골에서 독수리의 서식지와 번식지 환경을 조사했다. 당시엔 자연상태의 지역(에르덴산트)과 인위적인 지역(후스타이·고비 고롱세이한 국립공원)으로 나눠 독수리의 생태를 연구했다. 연구결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에르덴산트와 달리 유목민의 출입이 통제된 국립공원 지역에선 둥지 수가 차이가 나는 등 독수리의 번식이 원활하지 않은 듯 보였다. 가축이 드나들지 못하기 때문에 먹이 찾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에르덴산트에서의 연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산란에 성공한 독수리 둥지를 4개월 간 490시간 분량의 비디오에 담았다. 아쉽게 산란 부분은 놓쳤지만 새끼가 알을 깨고 부화하는 시점을 녹화할 수 있었고 거의 성조(成鳥)에 가깝게 자랄 때까지 건강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3년 동안 몽골에서 독수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독수리의 생태 전반에 대해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됐다."

- 몽골에서의 독수리 연구가 왜 중요한가.

"독수리가 철새이기 때문이다. 몽골에서 번식에 성공한 독수리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 월동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계다. 몽골의 독수리 서식환경이 악화되면 번식률이 떨어지고 그래서 개체수가 줄어들면 우리나라로 오는 독수리도 그 만큼 줄어든다. 독수리의 전반적인 생태 사이클을 연구하기 위해선 몽골에서의 번식 연구와 한국에서의 월동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 현재 독수리에 대한 연구는 어느 수준에 와 있나. 우리 나라에선 어떻게 독수리를 보호해야 하나.

"몽골에서 태어난 독수리에 위성추적기를 달아 이동경로를 파악한 연구결과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재청 주관으로 월동하는 독수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로선 월동하는 독수리가 건강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월동지에 먹이를 제공하는 게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그러나 독수리가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먹이에 따른 전염병 급속 확산 우려가 있다. 또 독수리의 야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월동지를 분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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