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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0 어미 독수리 날개짓 따라하며 창공을 향해 날개 펴다
 
[천연기념물 철새의 서식지 몽골을 가다]③독수리 왕국 천연 둥지의 신비-하
2008년 08월 07일 (목) 지면보기 |  11면 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 [자연의 청소부 독수리] 독수리 성조의 깃은 검정색인 어린새와는 달리 노랑색이 많은 갈색으로 변하며 날개를 편 독수리 날개 크기는 3m에 가까워 우리나라 새 중에 가장 크다. 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jpg

                    <글싣는 순서>
ⓛ천연기념물의 보물창고 몽골

②독수리 왕국 천연 둥지의 신비-상

③독수리 왕국 천연 둥지의 신비-하

④위풍당당한 자태…검독수리를 만나다

⑤서서히 내몰리는 개리의 아픔

⑥살아 숨쉴 곳 잃어가는 고니의 비애

⑦희망의 비상…한반도에서 겨울나기

⑧한국·몽골…정책연구의 현주소

⑨천연기념물 철새를 위한 과제

독수리는 '국경없는 이동'을 숙명처럼 안고 산다. 혹한의 추위를 피해 먹이를 찾아 겨울이면 몽골에서 남하해 한반도로 날아온다. 그래서 천연기념물 제 243-1호 독수리는 겨울철새다. 아시아에선 주요 서식지가 몽골이고 월동지는 현재로선 우리 나라가 대표적이다.

겨울철 남쪽 기류를 타고 틈틈이 쉬어 가며 때론 단숨에 내달려 온 독수리는 대부분 갓 태어난 어린새다.4월쯤 알에서 깨어난 새끼 독수리가 자라 경험있는 동료와 함께 오는 11월쯤 우리 나라에 모습을 드러낸다. 몽골 에르덴산트 독수리 왕국은 철저하게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힘이 없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어린 독수리들은 본능으로 알고 있다. 먹이를 차지할 수 없는 어린 독수리들에게 '이동'은 곧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 셈이다.

집단 속에서의 설움 외에도 어린 독수리들에겐 성가신 존재가 또 있다. 바로 까마귀다. 독수리는 육중한 체구와 접으면 망토를 연상케하는 근사한 날개 덕분에 '새들의 황제'라는 칭호를 얻고 있지만, 사냥을 못 하고 사체(死體)만 먹기 때문에 같은 습성을 가진 까마귀와 경쟁관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몸 크기로 따져 10분의 1도 안 되는 까마귀가 상대도 안 될 것처럼 보이지만 되레 독수리가 쫓기기 일쑤다. 보기와 다르게 겁이 많은 독수리의 천성 탓이다.

   
▲ [모정] 독수리 한 쌍이 1년에 1개의 알을 낳고 번식한다. 절벽에 마련된 둥지에서 어미가 올 해 태어난 새끼를 정성껏 돌보고 있다.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jpg
ㅤ▲매순간 위기에서도 생명은 애처롭게 숨쉰다


먼 발치에서 망원경으로 거대한 절벽의 위용을 자랑하는 바트한산을 지켜봤다. 곳곳에서 독수리의 하얀색 분비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발견됐다. 바트한산 독수리 탐조 첫 날인 지난 6월 16일, 가파른 절벽에도 불구하고 일단 접근 가능한 둥지 한 곳을 관찰하기로 했다. 마침 다 큰 독수리 암·수 두 마리가 번갈아 둥지를 오가면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끼가 있으리라는 확신이 섰다.

둥지를 응시하며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둥지를 지키고 있던 어미새가 이내 창공으로 떠올랐다. 침입을 감지한 것이다.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온지 2주 정도 됐을 때까진 침입자가 감지될 경우 어미 독수리는 창공으로 떠올라 침입자를 향해 새끼에게 줄 먹이를 토해내 침입자를 쫓는다고 한다. 기껏해야 이것이 어미 독수리가 새끼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격 수단인 셈이다. 다시 20분쯤 올라 둥지보다 높은 곳에 어렵게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가파른 절벽과 45도 각도로 바위틈새를 뚫고 자라난 자작나무에 의지해 튼튼하게 만들어진 폭 2m· 높이1m 정도의 대형 둥지였는 데 그 곳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큰 눈을 깜박이며 어린 독수리 한 마리가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 아르덴산트 바트한산 절벽의 독수리 둥지를 취재 중인 본사 이기준 기자.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jpg
운이 좋다면 6개월 뒤 한반도로 날아 올 새로운 천연기념물 제243-1호가 자라고 있었다. 깃털의 색깔·생김새와 크기 등을 미뤄 짐작했을 때 태어난 지 대략 50∼60일 정도 돼 보였다. 이 어린 독수리는 날개짓을 하려면 지금까지 자란 만큼의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

탐조 둘째날 다시 가파른 바위산 꼭대기 능선을 타고 한 시간 남짓 둥지를 찾았다. 새끼 없는 빈 둥지만 발견하며 몇 차례 헛탕을 치고 나서야 또 다시 새끼 있는 둥지를 발견했다.  이번엔 어미와 새끼가 함께 있는 가슴벅찬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끝없이 펼쳐진 초원의 지평선을 바라보는 어린 독수리는 어미의 날개짓을 유심히 지켜보며 언젠가는 창공으로 힘차게 비상할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독수리는 번식기에 단 하나의 알을 낳는다.  일반적으로 평균 55일 알을 품고 부화한 새끼는 대략 100∼110일 동안 어미로부터 먹이를 공급받은 뒤 둥지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놈도 대략 서너 달 뒤면 스스로 날개짓을 배우고 기류에 육중한 몸을 맡기는 연습을 해야할 것이다.

   
▲ 독수리 둥지의 새끼의 모습. 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ㅤ▲천혜의 독수리 요람…에르덴산트


국내 연구진에 따르면 에르덴산트는 몽골에서도 손꼽히는 천혜의 독수리 요람이다.  여전히 자연의 법칙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에르덴산트 바트한산을 탐조한 이틀 동안 20여 개의 독수리 둥지를 발견했고 이 가운데 6곳에서 새끼 독수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목민이 키우는 말과 양 등 가축이 풍부해 그 만큼 독수리의 먹이가 될 수 있는 가축의 사체도 많고 인근엔 우기에 호수도 형성돼 둥지를 짓기에 적합한 암벽이 많기 때문에 독수리에게 좋은 번식지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무튼 봄철 차가운 바람과 거센 모래바람, 각종 침입자들의 위협을 견뎌낸 어린 독수리는 10월 에르덴산트에서 대규모로 한국으로 날아올 채비를 하면서 힘찬 비상(飛翔)을 예고했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 독수리 한 쌍이 1년에 1개의 알을 낳고 번식한다. 절벽에 마련된 둥지에서 어미가 올 해 태어난 새끼를 정성껏 돌보고 있다. 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인터뷰]전병선 국립중앙과학관 前 연구원

"겨울철새 독수리 보호 한·몽골 공동 노력 필수


- 몽골에서의 독수리 연구성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전병선 국립중앙과학관 前 연구원
"문화재청이 주관한 한국·몽골 자연문화재 공동학술조사의 일환으로 2005년 한 해 몽골에서 독수리의 서식지와 번식지 환경을 조사했다. 당시엔 자연상태의 지역(에르덴산트)과 인위적인 지역(후스타이·고비 고롱세이한 국립공원)으로 나눠 독수리의 생태를 연구했다. 연구결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에르덴산트와 달리 유목민의 출입이 통제된 국립공원 지역에선 둥지 수가 차이가 나는 등 독수리의 번식이 원활하지 않은 듯 보였다. 가축이 드나들지 못하기 때문에 먹이 찾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에르덴산트에서의 연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산란에 성공한 독수리 둥지를 4개월 간 490시간 분량의 비디오에 담았다. 아쉽게 산란 부분은 놓쳤지만 새끼가 알을 깨고 부화하는 시점을 녹화할 수 있었고 거의 성조(成鳥)에 가깝게 자랄 때까지 건강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3년 동안 몽골에서 독수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독수리의 생태 전반에 대해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됐다."

- 몽골에서의 독수리 연구가 왜 중요한가.

"독수리가 철새이기 때문이다. 몽골에서 번식에 성공한 독수리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 월동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계다. 몽골의 독수리 서식환경이 악화되면 번식률이 떨어지고 그래서 개체수가 줄어들면 우리나라로 오는 독수리도 그 만큼 줄어든다. 독수리의 전반적인 생태 사이클을 연구하기 위해선 몽골에서의 번식 연구와 한국에서의 월동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 현재 독수리에 대한 연구는 어느 수준에 와 있나. 우리 나라에선 어떻게 독수리를 보호해야 하나.

"몽골에서 태어난 독수리에 위성추적기를 달아 이동경로를 파악한 연구결과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재청 주관으로 월동하는 독수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로선 월동하는 독수리가 건강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월동지에 먹이를 제공하는 게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그러나 독수리가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먹이에 따른 전염병 급속 확산 우려가 있다. 또 독수리의 야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월동지를 분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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