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금융권에 구조조정과 고통분담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돌면서 금융 종사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산건전성 문제와 함께 정부 기관의 잇따른 질타를 받아온 은행권은 이번 정부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조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은 희망퇴직 형식으로 대규모 감원을 추진 중이다.

제일은행은 지난 10일 지난해보다 80여 명 늘어난 19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또 씨티은행도 과거 장기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하던 희망퇴직 대상을 올해에는 5급 직원도 근속기간 5년 이상인 직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협과 하나, 국민, 신한, 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구조조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고통분담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13일 전국 지역본부 인사관계자 회의를 갖고 인력 재배치에 관한 사항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역본부의 부서 통폐합을 통한 잉여인력의 지점 배치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들은 지난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으로 인한 문제점 인식과 함께 노조의 존재가 쉽게 구조조정까지는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현재의 상황 전개 악화에 따라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출 부실화로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구조조정 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다.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부동산 PF대출 부실화로 유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저축은행 등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역설했다.

주식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증권가 상황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지난해 주가 상승기에 대규모 영업망 확대를 추진했던 하나대투와 동양, 동부증권 등은 최근 시장 악화로 인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미 간부급 직원 200여 명에게 명예퇴직 권고가 개인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사는 시장에 따른 인력조정이 2~3년마다 되풀이 됐지만 올해는 그 수준이 심각하다”며 “그동안 보수적으로 영업망을 운용하며 근근이 버티던 증권사들도 불황이 장기화되면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은행원들을 희생양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성토도 불거지고 있다.

모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정책에 대한 실패를 지나치게 은행 책임으로 몰아가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시장의 금융을 규제하고 감독하던 기관들이 자신들의 과오는 모르는 척 한다”고 질타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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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은행 지점장들이 거래를 트기 위해 회사 앞에 진을 쳤지만 수일 전에는 은행을 방문해도 출장 중이라는 핑계로 만나는 일조차 힘드네요. 정부가 대출을 확대하라고 해도 시중은행들은 오히려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판에 무슨 정책이 필요하겠습니까?"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 대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지만 지역 금융권의 '비올 때 우산뺏기'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 난 3일 정부는 국책은행에 대해 1조 3000억 원 규모의 신규 출자와 함께 신보와 기보 등에 5000억 원을 추가 출연해 총 보증 공급 규모를 6조 원대로 확대하는 한편 금리를 인하하고, 수출입은행을 통한 자금지원 규모를 8조 5000억 원으로 늘리는 등 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11·3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시장에서의 '돈맥경화' 현상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 히 대전과 충청권에서 활동 중인 시중은행들이 자체 자본조달비용이 늘었다는 이유로 이를 기업들에게 전가시키고 있으며, 본사 차원에서 자산건전성 확보를 위해 여신관리를 강화하면서 자금의 유동성 부족으로 지역 중견기업들마저 흑자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무 엇보다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정책자금을 운용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들도 정부의 지원 확대로 총대출·보증 가능금액은 늘었지만 기준 자체를 변경하거나 확대한 경우는 드물어 대상 업체를 찾지 못하는 진풍경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들 지원기관들 중 내년도 기관평가에 대비,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경우도 있어 지역 기업인들의 불만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 역의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수출실적이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다는 이유로 모 기관이 최근 대출을 상환하라는 통보를 했다"며 "정부는 중소기업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각종 정책을 발표한 반면 국책은행이 기업들에게 상환압력을 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지역 내 경제전문가들은 "기존 정부의 중소기업 자금지원 방식이 신용보증기금을 확충하거나 정책 지원자금을 늘리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기존 금융권을 활용한 간접지원 방식이 아닌 직접지원 방식을 도입, 기업의 유동성 지원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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