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 없인 장사 못해요" 설 앞둔 전통시장 화재보다 한파 걱정







[르포]
대전 동구 중앙시장
추위 이기려 곳곳에 전열기구
좁은 골목엔 전선들 뒤죽박죽
소화기는 자물쇠 잠겨 있어




 16일 오전 대전 동구 중앙시장에서 한 상인이 전기난로를 가동한 채 일하는 모습. 전기난로 옆에는 신문이 놓여있어 불이 옮겨붙을 위험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일하는 상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인희 기자







“난로나 전등에서 불꽃이 튈 때도 있어 조심하려고는 하는데, 날은 점점 추워지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16일 오전 대전 동구에 자리 잡고 있는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은 영하를 웃도는 추운 날씨 속 평일임에도 장을 보기 위해 찾은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설 명절을 앞두고 찾는 발길이 늘자 손님맞이로 분주한 점포나 좌판상인들 옆에는 한파를 이겨내기 위한 전열기구가 연신 돌아가고 있었다. 새벽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가동했다는 전기난로 옆에는 신문이나 종이상자가 수북이 쌓여있어 순식간에 화재로 번질 위험이 가득했다. 최근 시커먼 재로 변해버린 여수 수산시장 화재가 발생한지 불과 이틀도 채 안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좌판에서 생선을 판매하는 윤모(61·여) 씨는 “설마 여기가 그렇게 되겠냐”면서 “이 추운 날 장사를 하려면 좁은 좌판 틈에 난로를 놓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앙시장 가운데 길을 벗어나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자 화재에 무방비한 모습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각 점포별로 사용하는 전기배전반이 한쪽 벽에 몰린 채 전선들은 뒤엉켜 있고, 좁은 계단 통로에는 불에 쉽게 타는 종이상자와 각종 물건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럼에도 오가는 행인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심지어 바닥에 꽁초를 그대로 버리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화재에 취약한 것은 점포 내부도 마찬가지다. 점포마다 전기난로부터 진열상품을 비추기 위한 전등까지 문어발식으로 연결해 과열·누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처럼 화재를 불러올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했지만, 인접한 곳에 소화시설이라곤 3㎏ 남짓한 용량의 소화기 서너 대뿐이다. 이마저도 일괄적인 관리 차원에서 자물쇠로 잠긴 보관함에 담겨있었다.

심지어 물건들에 가려져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화기도 있어 이용객은 소화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을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통행로 역시 불법 주정차 차량이 가득해 영업시간 중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행렬과 소방차가 뒤엉키기 십상이다.

이용객 김모(45) 씨는 “유통업체 차량이나 방문차량이 가득할 때는 이를 지나가기 위해 곡예운전을 해야 할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불이 난다면 소방차가 들어서는 동안 대형화재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류점포를 운영하는 최모(53·여) 씨는 “얼마 전에도 인근 점포에서 누전사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큰 불로 번지진 않았다”면서 “전통시장 구조 상 순식간에 큰불로 번질 수 있는 만큼 형식상 점검이 아닌 전통시장 맞춤 소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 초기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상인 합동훈련, 좌판 황색선 준수 조치, 화기취급 점포확인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면서 “설 명절을 맞아 이용객이 급증하는 만큼 화재예방순찰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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