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철새의 서식지 몽골을 가다]② 독수리 왕국 천연 둥지의 신비-상
2008년 07월 31일 (목) 지면보기 |  11면 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글싣는 순서>
ⓛ천연기념물의 보물창고 몽골

②독수리 왕국 천연 둥지의 신비-상

③독수리 왕국 천연 둥지의 신비-하

④위풍당당한 자태…검독수리를 만나다

⑤서서히 내몰리는 개리의 아픔

⑥살아 숨쉴 곳 잃어가는 고니의 비애

⑦희망의 비상…한반도에서 겨울나기

⑧한국·몽골…정책연구의 현주소

⑨천연기념물 철새를 위한 과제

천연기념물 243-1호로 지정된 독수리는 친숙하리만큼 잘 알려졌지만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새는 아니다.겨울이나 돼야 몽골에서 남하하고 그것도 파주 장단반도(비무장지대)·철원평야에서나 볼 수 있다. 겨울철새의 메카로 자리잡은 서산 천수만에선 간헐적으로 대여섯 마리의 독수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먹이가 부족하면 일부는 충청도를 거쳐 저 멀리 남해안(경남 고성)이나 제주도까지 남하하기도 한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전 세계에 남아있는 독수리는 대략 5000마리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국제보호조로서 멸종위기 적색목록(LedList)에 등재해 보호하고 있는 이유다.

이 가운데 3000여 마리가 몽골에서 서식·번식하며 이 중 1000여 마리가 겨울철 2000㎞ 정도를 비행해 한국으로 내려온다. 독수리의 번식률이 50%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몽골에서 번식한 독수리의 대부분이 한국을 찾는 셈이다. 월동을 위해 남하하는 독수리는 대부분 먹이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유조(어린새)들이다. 천연기념물 보호차원에서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기 때문에 2000년 이후 갑작스럽게 월동하는 독수리의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다.

   
▲독수리의 고향 몽골


몽골이 독수리의 최대 서식·번식지로써 중요한 지역임에는 틀림없다. 오래 전부터 독수리는 몽골 유목민과 함께 드넓은 초지를 경영했고 이들의 생활문화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몽골 나담축제에서 볼 수 있는 몽골 씨름(부흐) 경기에서 시합 전 선수들이 추는 몽골 전통춤도 바로 독수리의 힘찬 날갯짓을 흉내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매사냥과 같이 몽골에선 (검)독수리를 이용해 사냥을 하는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몽골 또한 도시화·산업화의 급류에 휩쓸리면서 독수리의 서식환경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청소하는 행태가 일반화돼 독수리의 먹잇감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도 몽골의 독수리를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올해 초만해도 이상한파와 모래폭풍이 몰아닥쳐 독수리들이 번식을 포기하거나 번식지를 조성하는 데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몽골엔 수백 마리의 가축을 몰고다니는 유목민이 있고 자연 도태되는 가축들도 많아 이것을 먹이로 삼는 독수리에겐 쉽게 몽골을 떠날 수 없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남쪽으로 210㎞ 떨어진 에르덴산트의 바트한산. 암벽 곳곳에서 독수리 등 맹금류의 둥지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본보 취재진의 카메라 앵글에 몸을 웅크린 채 겁먹은 눈빛으로 아비·어미를 기다리고 있는 어린 독수리의 모습이 포착됐다.
▲독수리 번식밀도 몽골 최대…에르덴산트


몽골의 유명한 독수리 번식지 가운데 한 곳인 에르덴산트로 가는 길목에서 취재진은 가축 부산물이 버려진 쓰레기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 1초도 숨쉴 수 없는 악취가 풍겼지만 독수리들에겐 놓칠 수 없는 먹이터나 다름 없었다. '대자연의 청소부'라는 별칭에 걸맞게 20여 마리의 독수리가 창공을 선회하며 청소할 대상을 포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 독수리의 몫만은 아니다. 냄새를 맡고 쫓아와 겁없이 대드는(?) 까마귀떼와 사투를 벌여야 조금 더 먹이를 차지할 수 있다.

이곳에 날아온 독수리 대부분이 생존경쟁을 벌이느라 깃털을 포함해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남쪽으로 210㎞ 정도 가면 토브 아이막(우리나라의 도(道) 단위)의 에르덴산트 솜(우리 나라의 시·군 단위)이 나온다. 군데군데 잘 포장된 길이 없어 대략 방향만 파악해 드넓은 초지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5시간가량 소요된다. 이 에르덴산트 마을에서 10∼20㎞ 떨어진 곳에 산트산과 바트한산이 있는 데 이곳이 바로 몽골에서 독수리 번식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지에 우뚝선 바위산 그 자체다.

취재진이 에르덴산트에 도착한 건 6월 중순, 평균 번식기간을 따지면 독수리가 알에서 깨어나 60일 정도 지난 상황이다. 에르덴산트 일정 두 번째 날, 첫 탐조에서 취재진은 바트한산 암벽 곳곳에서 독수리 등 맹금류의 둥지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암벽에 하얀색 분비물이 선명하게 흘러내린 자국이 있으면 영락없이 그곳엔 둥지가 있다. 새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처음 둥지 두 곳에선 새끼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시 30분 정도 암벽을 타고 올라간 세 번째 시도에서 드디어 첫 성과를 볼 수 있었다. 그 곳에 5∼6개월 뒤면 한국을 찾을 어린 독수리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린 채 겁먹은 눈빛으로 아비·어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독수리

몸길이 102∼112㎝, 날개를 편 길이가 250∼295㎝에 이르는 대형 겨울철새다. 수컷의 겨울깃과 관련, 이마·머리꼭대기·눈앞·뺨·턱밑·멱·앞목에 짧은 갈색 털이 빽빽하게 나 있다. 뒷목과 닿는 부분에는 목테 모양 솜털이 있으며 머리에는 회색 솜털이 있다. 뒷목과 정수리 부분엔 피부가 드러나 있다. 독(禿)수리가 한자로 '대머리 독'자를 쓰는 이유다. 몸통깃은 어두운 갈색이고 부리는 검은 갈색, 다리는 회색, 홍채는 흰색이다.

부리와 발톱이 날카롭다. 여름깃은 온몸이 엷은 갈색을 띤다. 탁 트인 하천부지·하구·해안에 찾아와 동물이나 새의 썩은 시체를 찾아 먹는다.

둥지는 나뭇가지 위나 바위 위에 틀고 2∼4월 한배에 1개의 알을 낳는다. 날아오르는 힘은 강하지만 잘 걷지는 못한다. 지중해 서부에서 아시아 동부에 걸쳐 분포하며 아시아에서 서식하는 독수리의 경우 중국과 한국에서 대부분 월동한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인터뷰]체벵미아다크 몽골과학아카데미 책임연구원
"서식지 보호위해 공조 중요"

   
-몽골에 서식하는 독수리는 대략 어느 정도나 되나.

"체계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본 경험이 없어 정확이 '어느 정도 규모다'라고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여러 나라와의 공동조사를 토대로 추측해 볼 때 대략 3000∼4000마리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5년 한국 백운기 박사팀과 연구했을 때는 몽골에만 4000여 마리의 독수리가 있는 것으로 통용됐는데 현재에는 다소 줄지 않았나 생각한다."

 -에르덴산트가 독수리 번식지로 왜 중요한가.

"지난 2005년 한국·몽골 공동조사에서 연구진은 에르덴산트에서 49개의 독수리 둥지를 발견했다. 이 때 둥지 가운데 23마리의 새끼 독수리가 성장해 번식성공률 47%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높은 번식밀도를 갖고 있는 셈이다. 에르덴산트 지역엔 유목민이 많아 그 만큼 가축도 많고 그래서 죽은 가축도 많다. 먹잇감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바위산에 요새를 짓고 살기 때문에 그 만큼 둥지의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에르덴산트 지역에서 번식한 어린 독수리 대부분이 한국으로 월동을 떠나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에서도 이곳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몽골에선 에르덴산트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나.

"부끄러운 얘기지만 국가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진 않다. 연구성과를 통한 당위성 확보가 아직 미흡하고 인적·재정적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에르덴산트 마을에 거주하는 수의사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동태를 파악하고 있는 정도다. 에르덴산트 독수리 서식지 보호를 위해 한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길 기대한다."   

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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