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원서만 50번을 넘게 냈지만 이젠 서류심사에서도 떨어지네요. 집에 있자니 부모님의 따가운 눈초리가 무서워 학교도서관에 매일 오지만 딱히 할 공부도 없고, 그냥 소설책을 읽거나 인터넷만 하다가 어두워지면 다시 집으로 갑니다."

지난 2005년 충남대 문과대학을 졸업한 이 모(30) 씨는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4학년 때부터 9급 공무원 공채시험을 준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매번 낙방하면서 공직자의 길을 포기하고 일반 사기업에 취업하려고 진로를 변경했다.

그러나 금융쇼크에서 시작된 경기침체 여파로 대기업을 비롯 지역 중소기업들마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대전·충청권에서 청년들을 흡수할 수 있는 일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됐다.

20일 본보 취재팀이 대전지역 대학가 및 시내 곳곳을 직접 방문 취재한 결과 지역의 청년 실업난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었다.

특히 지역실업률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 일자리는 늘고 있어 시급제 사원으로 전락하거나 취업을 포기한 사례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충남지역의 9월 실업률은 2.6%로 전년 동기간 대비 0.8%포인트 상승했으며, 대전지역의 지난 8월 비정규직 수는 모두 18만 30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만 9000명이 급증했다.

이날 대전역에서 만난 서 모(29) 씨도 "올 초에 졸업하면서 토익은 930점, 학점은 3.7 정도로 맞췄다. 영국으로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한자 3급 자격증도 있지만 지방대 학생들은 서류심사 통과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늘도 서울로 면접을 보기 위해 가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공무원 공채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박 모(30) 씨는 얼마 전까지 다니던 외국계 보험회사를 그만 두고 다시 제2의 인생을 모색하고 있는 케이스다.

박 씨는 "1년 전부터 외국계 보험회사에서 보험영업을 했지만 최근 모 기업의 부도설로 영업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다시 시험준비에 나섰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여학생들의 경우 취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 대학가에서 만난 정 모(24·여) 씨는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지만 4년제 대학을 나와 생산직 여사원으로 원서를 내도 써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방대 학생들이 대기업에 취업은커녕 콜센터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여학생들이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지 대통령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충남대 이은철 취업지원팀장은 "학생들의 기대심리와 기업 채용담당자들의 눈높이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에 지역 내 충남대 등 중위권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시장은 더 경직돼 있다"고 말했다. 박진환·천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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