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학원을 알아보는 중이에요. 수리영역을 완전히 망쳐서 올해는 원하는 대학에 가기 힘들 것 같아서요.” 반에서 늘 중상위권을 유지했던 대전 서구 둔원고의 A(고3) 군은 끝내 고개를 숙였다. 수리영역만큼은 남들보다 잘한다고 자신했지만 가채점 결과 A 군의 수리영역 점수는 평소의 반토막이 나 있었다. 수능이 지난해 등급제에서 올해 표준점수제로 바뀌면서 수능에 ‘올인’했던 A 군은 다시 1년을 수험생으로 지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4일 본보 취재진이 찾아간 대전 서구 둔원고의 3학년 교실은 수능이 끝났다는 기쁨보단 수능을 망쳤다는 좌절감이 팽배했다.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은 수리영역 점수가 폭락했다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우울함에 등교를 안 한 학생들의 빈자리도 눈에 띄었다.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한 중하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일단 점수대에 맞는 대학에 원서를 넣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입 후 다시 수능을 치르는 ‘반수’를 택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반면 최상위권 학생들과 재수생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많이 출제된 만큼 다양한 문제를 좀 더 많이 풀어봤던 경험이 성패를 갈랐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 온라인교육업체가 수험생 10만여 명의 점수를 가채점한 결과 수리영역 1~3등급의 등급 간 구분점수가 10점 이상씩 큰 편차를 보여 최상위권과 중상위권의 점수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 가 형의 1등급 구분점수는 81점으로 지난해보다 20점 가까이 떨어졌고 수리 나 형의 1등급 구분점수도 80점으로 상당히 낮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올 대입에선 재수생들과 특목고 학생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둔원고의 소순만 진로지도 교사는 “이번 수능에선 중하위권 학생들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실제 성적표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낙심하지 말고 소신에 부합하는 학교를 선택토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자녀들에 부모들의 한숨 또한 짙어지고 있다.

수험생 자녀를 둔 충남 천안의 김 모(48) 씨는 “아이가 1년 동안 4~5시간씩 자며 고생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돼 마음이 아프다”며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또 1년을 비싼 재수학원에 보내야 하니…”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가채점 결과를 맹신하지 말고 성적통지 전까지 참고자료로만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대부분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터라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공개되는 이번 수능에선 전략을 잘짠다면 낮은 점수로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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