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엄경철 충북본사 정치부장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충북도 방문 시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는 지방발전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잘못된 규제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라며 ‘무조건 수도권 규제를 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수도권 규제개선 방안 발표는 그동안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완화’를 누누이 약속했던 정부정책이 신뢰와 일관성을 상실한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부의 수도권 위주 규제완화 정책에 강한 불신감과 함께 지방경제가 공동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지방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도를 넘어선 지나친 수도권 위주 정책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수도권 규제를 포기한 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우택 충북도지사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에 대한 부당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정 지사로부터 그 이유와 충북도가 처한 입장 등을 들어봤다.

-경제특별도 건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최근 정부에서 기업환경 개선대책, 군사보호구역·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규제 합리적 개선방안 등을 발표하면서 수도권으로 유턴(U-turn)하는 기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충북도는 경제특별도를 도정의 제일 목표로 삼고 민선 4기 출범 이후 17조 원을 상회하는 기업투자 유치를 달성했다. 우리 도에 투자키로 한 기업은 부지매입 후 투자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유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가 수도권 기업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침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 발표로 첨단업종의 수도권 집중 가속화가 예상되고, 이로 인해 지방의 산업기반은 송두리째 붕괴될 우려가 있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 자문단 용역 결과 25개 첨단업종의 수도권 입지규제가 철폐돼 지역의 성장률이 50%로 낮아지면 충북의 경우 생산액 기준 8조 원, 부가가치 기준으로 3조 8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수도권 내 공장의 신·증설 이전이 전면 허용됨에 따라 수도권 기업의 지방 기피현상 심화로 지방경제가 더욱 침체되고, 조성 중인 산업단지의 미분양 사태 발생 및 기업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번 수도권 규제완화는 정부가 지역균형 발전정책을 포기한 것으로 보는가.

“지방발전을 위한 구체적 계획수립 및 지원수단 마련 없이 군사시설보호구역 및 그린벨트 해제에 이어 수도권 규제완화를 먼저 발표한 것은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 합리화’ 약속 불이행이다. 또 공장 총량제도 등 수도권 적정 성장관리를 위해 기존 국토정책을 폐기하고 말았다. 이것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빌미로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그동안 지켜온 소중한 가치인 ‘균형발전’을 한꺼번에 포기하는 것이다. 지방의 자생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적 성과에 치중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지방소재 공장도 수도권으로 역류하는 현상과 기업들의 지방이전 기피현상 심화로 지방경제가 더욱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발표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는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틈타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을 명분으로 수도권내 공장의 신·증설·이전 규제를 대폭적으로 완화하는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 방안을 발표한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의한 지방 죽이기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의 문제는 단기적인 경제위기의 처방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장기적 안목과 우리 후손들의 입장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방이 스스로 경쟁력을 제고하고 자립적 발전을 도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쟁논리를 내세워 수도권과 지방을 동일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정부는 지방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투자환경 개선 등 현실적인 대안을 먼저 제시하고, 규제완화를 추진했어야 하는데 선후가 뒤바뀐 정책을 내놓고 말았다. 현 상황에서 규제완화는 지역경제의 붕괴를 가져오기 때문에 공공기관 이전 등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들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날 때까지 최소한 현 수도권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향후 비수도권의 저항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데.

“지방에서는 지방경제 활성화와 성장 동력원 창출을 위해 유망한 기업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수도권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입지규제를 대폭 개선키로 하는 규제완화 정책 발표는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심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국가의 장래와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차원에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개선 방안’이 철회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 먼저 비수도권 13개 시·도지사와 협의해 정부에 수도권 규제개선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시민사회단체 등 비수도권 지역주민들의 뜻을 모아 대규모 상경집회 등 수도권 규제완화 철회 운동을 펼치겠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에 분개할 것이 아니라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는데.

“비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들과 연대해 정부의 법령개정 철회는 물론 지방경제의 침체를 막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응법안 마련을 요구하겠다. 특히 비수도권이 총 연대해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강력한 반대의견 제출 및 저지에 나서야 할 것이다. 수도권 규제개선 내용이 우리 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다 세밀한 분석 및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충북개발연구원과 지역전문가, 실무담당부서로 구성된 대응T/F팀이 법령개정 주요내용, 도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마련하고 대응상황 점검 및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에서는 연구용역을 실시해 지방발전을 위한 비수도권의 자립적 기반마련을 위한 제도화 방안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재정 확충 등 대안 및 입법을 추진 중이다.”

정리=천영준 기자 cyj5425@cctoday.co.kr
사진=이성희 기자 lsh7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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