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민들은 1년새 부쩍 오른 난방비 걱정에 다가올 겨울이 두렵기만 하다.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서민들에게는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오른 보일러 등유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석유협회와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전에서 판매되는 평균 보일러 등유값은 ℓ당 1288원으로 전년 동기(937원) 대비 37%나 뛰었다.

특히 올 들어 폭등했던 최근 국제 유가가 전년 수준으로 대폭 떨어지고 있지만 환율 상승 영향으로 국내 기름값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폭등한 난방유 값에 서민들은 여름 내 비어있던 기름통을 채울 엄두도 못낸 채 기름값이 내리기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A(49·대전시 동구) 씨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고 있지만 보일러 기름통을 가득 채우기가 망설여진다"며 "기름값이 떨어질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고 급한 데로 온수용 기름이라도 말통(20ℓ)으로 몇 개만 더 넣을 생각이다"고 한숨졌다.

이웃에 사는 B(60) 씨도 "겨울을 나려면 아껴서 써도 3드럼(600ℓ)은 필요할 텐데 수입은 줄고 기름값은 턱없이 올라 막막하다"며 "국제 유가는 많이 내렸다던데 요즘 기름값은 더 오르기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름값 상승의 여파는 농업용 면세유를 사용하는 농가도 마찬가지.

대전·충청지역의 상당수 시설재배 농가들이 올 겨울 농사를 앞두고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농민들은 올 들어 크게 오른 농자재값 부담과 최근 야채값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난방비를 들여야 하는 겨울 시설재배가 또 다시 실패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대전지역에서 판매되는 면세 등유 1ℓ 값은 1010~1100원, 경유는 862~1040원으로 작년 이맘 때 ℓ당 500~600원 대에 구할 수 있던 것에 비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대전시 유성구에서 시설 포도와 고추 등을 재배하는 강 모(60) 씨는 "그나마 필요량의 반도 못 채우는 면세유가 가격까지 오르면서 농사 의욕이 완전히 떨어졌다"며 "13일 노은농수산시장에서 2만 4000원 이상은 받아야 하는 최상품 고추 1상자(10㎏)가 1만 3500원에 낙찰된 마당에 어떻게 비싼 기름까지 태워 가면서 겨울 농사를 짓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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