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불볕더위에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숨이 가빠지고 있다.

26일 충남 부여군의 최고기온이 30.4도를 기록했고 대전도 25일부터 27일까지 3일 연속 30도에 가까운 더위가 계속되는 등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여름날씨에 학생들이 찜통수업에 시달리고 있는 것.

이 같은 더위에도 일선 학교들은 시기 상의 이유로 냉방기 가동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더욱이 일부 학교는 춘추복만을 고수하는 실정이라 학생들의 고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7일 대전 서구의 모 고교 2학년 교실.

좁은 교실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수업을 받아야 하는 42명의 학생들은 흐르는 땀을 닦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체육수업이 끝난 직후라 학생들이 뿜어대는 열기는 교실을 금세 찜통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은 더위가 견디기 어려웠던지 셔츠를 벗은 채 책을 도구삼아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더위에 지쳐 업드려 있는 학생도 종종 눈에 띄었다.

김 모 군은 “필기하랴 땀 닦으랴 정신이 없다”며 “환풍이 잘 안 되는 교복을 입고 있으면 교실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된다”고 토로했다.

교사들도 더위에 시달리는 건 같은 형편.

호수돈여고의 모 교사는 “요즘은 더워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힘들고 지쳐 있는 학생들 때문에 교육효과도 떨어진다”며 “일부 학생들은 왜 교무실만 시원하냐고 장난어린 불만을 토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일선 학교의 냉방기는 시기 상의 이유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일부 학교는 하복을 입는 시기가 아니라며 춘추복만을 고집하고 있어 학생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대전·충남지역 모든 초·중·고교엔 냉방기가 설치돼 있지만 일선 학교들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중·하순까진 가동이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냉방기 가동 여부와 교복 교체시점 등은 학교 자율로 정한다”며 “아마 대부분의 학교들이 그동안의 관례와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6월 이후에야 여름체제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은 관례만 고집할 게 아니라 해가 갈수록 빨라지는 더위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쏟아낸다.

고교생 자녀를 둔 대전 대덕구의 이 모(46) 씨는 “교장실과 교무실은 냉방기를 틀어 놓고 교사들은 반팔 입으면서 학생들은 더운 교복 입고 찜통 속에서 공부하라니 이해가 안 된다”며 “학교들이 조금만 더 학생을 고려한 행정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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