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옷을 재활용하기 위해 주택가 곳곳에 설치된 헌옷 수거함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도심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수거함 내·외부는 이미 쓰레기 투기장소로 변해버린지 오래고 관리가 잘 되지 않자 물건을 훔친 절도범들이 증거를 숨기는 장소로도 이용되는 등 각종 범죄에도 악용되고 있다.

23일 오전 청주시 우암동 한 공원 입구에 설치된 헌옷 수거함은 근처에만 다가가도 악취가 진동했다. 주민들이 내다 버린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 등으로 수거함 외부는 이미 쓰레기 투기장소가 돼 버렸고 재활용 옷가지 등이 들어 있어야 할 수거함 내부는 각종 음식물과 생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충청북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 설치된 헌옷 수거함은 약 2000여 개.

헌옷 수거함을 관리하는 주체는 수거함을 설치한 장애인협회나 재활용업체 또는 개인사업자들로 외환위기 당시인 10여 년 전 재활용 열기와 맞물리면서 주택가와 이면도로 등 도심 곳곳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단순히 수거와 관리 업무만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로서는 헌옷 수거함이 아닌 쓰레기 투기장소로 전락해 버린 수거함에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다.

충북도 등 지자체에서도 관리는커녕 쓰레기 투기장소가 되버린 수거함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헌옷 수거함 관리 부실은 각종 범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청주시내를 휘젓고 돌아다니며 부녀자들을 상대로 수 십 차례에 걸쳐 날치기를 일삼다 지난 21일 경찰에 붙잡힌 윤 모(25) 씨는 날치기 한 손가방에서 현금 만을 빼고 나머지 지갑 등 증거가 될 만한 물건들을 헌옷 수거함에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에서 윤 씨는 “지갑 등에서 현금 만을 뺀 뒤 나머지는 헌옷 의류수거함에 버렸다”며 “헌옷 수거함에 버리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고 발견이 되더라도 헌옷과 함께 재활용 용도로 생각될 것 같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덕분에(?) 경찰은 용의자 인상착의와 함께 피해품 등 단서 확보가 쉽지 않아 날치기 수사에 난항을 겪었고 윤 씨는 약 3개월 간 청주시내를 휘젓고 다니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갔다.

충북도 관계자는 “불법 가설물이긴 하지만 불우이웃지원 등 취지가 좋아서 철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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