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에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까지 조성된다는 데 왜 충청권 주민들을 비롯해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매일 목소리를 높이며 투쟁 일변도일까.

겉만 본다면 사실 정부와 여당이 충청권에 못내 서운함을 갖는 게 맞는 이치이다.

소위 국가 근간을 이루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정부부처 대부분이 충청권에 둥지를 틀고 여기에 우리나라 차세대 먹거리를 창조할 과학벨트까지 충청권에 온다는 데 충청권 주민들은 넙죽 절이라도 해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여당은 마치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수도권 주연의 영화를 완성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충청권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애초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변질을 위해 자족기능을 보강한다는 이유로 과학벨트가 대선용 공약으로 툭 튀어 나왔고, 이에 따라 슬그머니 정부부처의 이전고시도 미뤄지면서 결국 ‘행정도시+과학벨트’에서 ‘행정도시→과학벨트’로 그 무게 중심이 이동했으며 최근에는 ‘과학벨트+관련 부처 몇 개+녹색기업도시’로 변질돼 가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말해 ‘과학벨트는 행정도시를 통해 구체화되고 행정도시는 과학벨트를 통해 완성된다’는 역사적 명제가 아이러니 하게도 이를 실천에 옮기려 했던 정부와 여당에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 셈이다.

이 같은 추론은 지난해 7월 2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지역발전정책 추진전략 보고회의'에서부터 해석이 가능해 진다.

이날 보고회의에서 국토해양부는 행정도시 자족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첨단기업과 연구소, 비즈니스 지원기능 등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행정도시 변질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는 당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행정도시 자족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대통령의 공약사업과 일치하는 것이며, 같은 달 15일 당시 최상철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행정중심복합도시 긴급 현안회의'에서 밝힌 행정도시 플러스 알파와도 같은 뜻으로 분석되고 있다.

행정도시만으로 인구 50만 명을 채울 가능성이 희박해 과학벨트와 그에 따른 잔가지(?)를 접목한 첫 케이스로 분석되고 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할 청정에너지, 녹색기술에 대한 총력투자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행정도시에도 녹색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경기 부천 소사)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중앙부처가 이전하는) 행정도시의 성격을 바꿔 기업도시로 만들 용의가 없느냐"고 발언한 데 이어 같은 당의 임동규 의원(비례대표)도 "행정도시인 세종시에 행정부처를 이전하지 말고 교육과 첨단산업을 유치해 '녹색 신성장 복합도시'를 만들자"고 주장, 정부와 여당의 행정도시 축소 계획을 사실상 대변한 꼴이 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충청권의 딜레마가 있다.

행정도시 원안만 강조할 경우 조만간 입지가 결정될 과학벨트가 타 지자체에 조성될 위기도 관측되고 있으며 그렇다고 과학벨트만을 주야장천 외치기에는 행정도시 무게가 너무 무겁다.

이에 따라 충청권 시민사회단체들과 주민들은 “자칫 행정도시로의 무게중심에 과학벨트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지역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며 “행정도시는 행정도시대로, 과학벨트는 과학벨트대로 각각 변질되지 않고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호범 기자 comst99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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