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좁은 동네잖아요. 너무 안타까워 잠을 못 이뤘어요.”

믿고 싶지 않은 참사로 한순간 29명의 이웃사촌을 잃은 제천 지역사회가 끝 모를 슬픔에 잠겼다.만나는 사람마다 “가족들은 무사하지?” 안부부터 묻고, 이내 “온 동네가 상중(喪中)”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불이 났던 지난 21일에만 해도 “조금 타다 꺼지겠지!” 했던 시민들은 29명의 사망자를 낸 참사에 “믿을 수 없다”며 침통해 하고 있다.

시내 곳곳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제천체육관에 설치된 합동분양소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장락동에 사는 이모(47) 씨는 “친구가 이번 화재로 장모님과 처형, 조카를 한 순간 잃었다”며 “정말이지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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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식당을 운영하는 양모(48·신월동) 씨는 “지인이 사고 현장 주변 아파트에 사는데 그 동네 분들도 여러 명 돌아가셨다고 한다. 답답하고 한숨만 나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박모(42·여·청전동)씨는 “환자 분네 가족이 변을 당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며 “제천에서 어떻게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라며 고개를 떨궜다. 

믿기 힘든 참사 앞에 들떴던 연말 분위기는 싹 사라졌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장례식장으로 변한 분위기다. 

제천시청 등 공공기관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크리스마스 전야제며 연말 송년회 일정을 대부분 취소했다. 

각급 학교는 겨울방학 전 계획했던 축제나 송년 행사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관공서를 중심으로 가슴에 검은 추모 리본을 달았다. 

제천시는 애초 연말까지 운영하려던 합동분향소를 유족들의 보상 합의가 마무리될때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희생자나 유가족과 인연이 없는 대다수 시민도 이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고 있다. 

▲ 성탄절인 25일 제천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실내체육관에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하소동이 지역구인 윤홍창 도의원은 “너무 가슴 먹먹하고 안타까워 말이 안 나온다”며 “시민들이 많이 우울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사회 전체의 애도 분위기 속에 연말 모임이 자취를 감추면서 지역 경제도 말이 아니다. 연말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음식점들은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도하는 마음이야 다를 바 없지만, 손님이 줄고 예약이 취소되자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앙동의 한우 갈빗집 사장은 “예약의 80%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62개 음식점이 가입한 약선음식 거리의 이주연(56) 사무국장은 “건배 구호는 말할 것도 없고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조차 조심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사무국장은 “연말 장사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상인들이 힘들어하지만, 답이 없지 않으냐”며 “행정당국이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면서 위축된 지역 상권을 위한 세금 감면 등 조처를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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