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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공중에서 촬영한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이뤄지는 세월호 인양 장면. 세월호와 잭킹바지선 간 간섭에 따른 문제를 해소해 수면 위 13m 인양을 목표로 신중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바다의 아픔이 지상으로 떠오릅니다.

우리의 참척(慘慽)도 다시 떠오릅니다.
세월호 1073일….
차마 용서해달라는 말은 할 순 없어도,
속죄하고, 속죄합니다.
그리고,
애타게 그 이름을 불러봅니다.
꽃잎처럼 흩어진 가여운 그 이름을 불러봅니다.

1년 물살이 2800번 바뀌는 맹골수도(孟骨水道),
그 수천(水天)에 떨어진 꽃잎이 물경 300여명,
고백컨대, 세월호 침몰은 '사고'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입니다. 
그날, 바닷물이 차오를 때 두려웠습니다.
얼어붙은 체온 더듬으며 두려웠습니다.
그 짐승 같은 어둠이 두려웠습니다.
까닭도 모른 채 스러지니 두려웠습니다.

국정농단에 대한민국이 침몰하던 날,
우리의 가슴도 잠겼습니다.
우리의 믿음도 잠겼습니다.
'꽃'들은 대한민국에게 묻고 있습니다.
왜 구해주지 않았는지,
왜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지,
묻고 또 묻습니다.

아,
제 자식은, 곁에 두고도,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법인데,
생때같은 자식을 바다에 묻으니 사무칩니다.
여전히 하늘에선 '잊지 말아 달라'는 절규가 흩날립니다.
'잊지 말라'는 음성은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그 아이들을 통해 하려는 말입니다.
천리 물 속 캄캄한 선실 안에 갇혀
"엄마, 내가 나중에 말 못할까봐 그러는데, 정말 사랑해요"라고 쓴
SNS 속의 목소리가 가슴을 다시 칩니다.
우리는 지금 생몰의 카운터를 세며 지옥의 묵시록을 씁니다.
그 절명의 푸르른 꿈들은 산산조각 났지만
그들을 가슴에 담습니다.
국민이 상주(喪主)가 되어 가여운 혼백들을 가슴에 묻습니다.
묻고 또 묻은들 가슴에 맺힐 하얀 물빛 없으련만
먹빛 바다 보며 푸른 꿈을 바칩니다.

스러져간 청춘이여, 스러진 노여움이여!
떨다간 아픔이여, 떨어져나간 슬픔이여!
다시 꽃이 되어
다시 꽃이 되어
천상의 꿈으로 피어나소서.

'봄'에 떠난 그들을 다시 만난 '봄'
하늘은 왜 이다지도 화창한지요.
이제 이별과 이별하고,
진실과 만나야 할 시간입니다. <충청로-나재필 논설위원>

세월호 희생자의 영면을 빕니다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