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시리즈가 영화제작에 미친 영향은 제법 많다.

우선, 영화 후반작업의 역량이 영화제작의 과정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기도 했지만, 정말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은 영화제작의 프리 프로덕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일깨워준 부분이다. 피터 잭슨은 처음부터 3편의 영화를 연속으로 상영할 계획을 가지고 영화를 제작했다.

그래서 3년간 시리즈의 개봉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제작하게 됐고, 이는 제작비의 절감뿐 아니라, 영화의 퀄리티를 유지하는데도 크게 공헌하게 되었다.

이는 1편의 흥행이나 작품성이 좋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제대로 된 좋은 기획이 있다면 어마어마한 자본의 투여가 필요한 작품이라도 제작과 흥행이 가능하다는 지표를 보여준 좋은 예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매우 탄탄한 원작이 있었다는 점이다. 톨킨의 원작은 서양 판타지 소설의 최고봉이라는 평을 듣는 우수한 작품이었고, 피터 잭슨은 이러한 훌륭한 원작을 영화적으로 잘 가공해 냈다.

‘적벽대전1·2’ 역시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나관중의 '삼국지', 그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라 할 수 있는 적벽대전을 홍콩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의 경력까지도 화려한 오우삼 감독과 중화권 인기 스타들의 결집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실 1편의 개봉 이후,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난감해 한 것이 사실이다.

적벽대전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에 이르는 여러 갈래의 재미난 이야기들이 잘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전쟁의 명분이 조조의 한 여인에 대한 갈망이라는 식의 해석의 삽입은 다소 관객들을 지치게 했다.

더구나 젊은(사실은 어리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 손권의 여동생과 유비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부분들은 말 할 것도 없다.

이처럼 2편을 위해 지나치게 힘을 뺀 1편의 허허로움은 2편에 대한 기대감을 많이 반감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2편은 관객들을 압도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1편의 허허로움을 잊게 해주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이미 캐스팅에서도 알 수 있듯, 오나라의 명장 주유(양조위)가 이 영화에서 상당한 비중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부분은 적벽에서의 전투를 위해 이 영화의 역량이 집중되어 있었고, 할리우드에서의 작업 경험이 풍부한 오우삼의 조율에 의해 일정하게 성공하고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두뇌싸움 및 각각 인물들의 심리적인 동요에 대한 세밀한 묘사까지는 불가능했지만(그러기에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다) 적어도 영화가 산속을 헤매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흥행을 염두에 둔 각 캐릭터들에 대한 장면 할애는 결국,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1편에서 지나치게 느슨한 구조를 보여서 답답했다면, 2편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들이 관객들을 다소 괴롭히고 있다.

결국 마지막 20분의 전투장면을 위한 수많은 복선들의 역할이 다소 미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떤 형태로는 '삼국지'를 읽어본 경험이 있는 관객들에게는 더 많은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하지만, 누가 삼국지의 그 스펙터클을 감히 허허롭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화공(火攻)으로 적을 제압하는 전투장면을 무심하게 볼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이 가슴 아플뿐이다.

서울 용산에서의 참사로 유명을 달리 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고의적 방화' 운운하며 정확한 화재원인 조사를 주장하고, 엄정한 법 집행의 정당성을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좀 조용히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충투 기자단 트랙백 0 : 댓글 0